성 김대건 신부 용덕과 순교정신 이어받아 ‘사제 영성’ 체화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 미래 사제들에게 전해지는 성 김대건 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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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성당 입구에 있는 성 김대건 신부상. 김대건 신부를 현양하기 위해 1971년 세워졌다.



8월 21일은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일이다. 한국 교회가 교황청 승인을 받아 지난해 11월 29일(대림 제1주일)부터 올해 11월 27일(대림 제1주일 전날)까지 지내고 있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의 정점인 날이다. 한국 교회 신자들은 희년 기간 동안 ‘당신이 천주교인이오?’를 주제로 김대건 신부를 비롯한 신앙 선조들의 순교 영성을 본받아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갈라 5,6)의 가치가 더욱 깊어지기를 기도하며 살고 있다.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기념해 한국 교회가 왜 희년을 지내는지 그 물음에 답을 구하기 위해 김대건 신부의 삶과 영성을 기반으로 사제를 양성하고 있는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을 찾았다.





사제 양성의 못자리 가톨릭대 신학대학

남에게 드러나지 않게 사랑의 씨앗을 심고 정성껏 키워 열매 맺는 사람들이 있다. 세상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하느님께서 지으신 피조물들을 위해, 무엇보다 주님이신 그리스도를 위해 인생을 봉헌한 사람들이다.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은둔의 삶의 자리에서 성덕과 그리스도의 사랑을 배양하고 있는 신학생들이다.

서울 혜화동 낙산 언덕에 자리한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황청이 승인한 국제 순례지이지만 1년에 단 한 번 ‘성소 주일’에만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은둔의 땅이다. 다만, 순례자들에게 한해 여름과 겨울 방학 시기에만 신학교 성당 순례를 허용하고 있다.

사제 양성의 못자리인 이곳에서 신학생들은 ‘제2의 그리스도’가 되기 위해 청춘을 불사르고 있다. 신학생들은 매일 아침 기상해서, 그리고 잠들기 전에 성당에서 성 김대건 신부를 만난다. 제단 위 감실 아래 모셔진 김대건 신부의 성해를 대면하면서 자신의 삶을 담금질한다. 또 교정 여기저기에 모셔진 김대건 신부의 성상과 마주치면서, “한 옛날 새남터를 물드린 신앙의 피 푸른 강 줄기차게 이 가슴에 벅차는 듯 사탄의 지옥문이 온 누리를 흔들어도 우리는 이기리라 빛내리라 에클레시아”라고 교가를 부르면서 김대건 신부의 순교 영성을 체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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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개교 15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파견하시는 예수님’ 이콘. 성 김대건 신부와 가경자 최양업 신부를 파견하시는 예수님을 보면서 신학생들은 매일 자신의 성소와 선교 사명을 상기한다.



한국 교회 첫 신부 김대건

신학생들에게 있어 성 김대건 신부는 어떤 존재일까?

김대건은 한국인 첫 사제일 뿐 아니라 한국 교회 첫 신부이다. 여기서 ‘한국 교회 첫 사제’라고 표현하지 않는 것은 조선대목구장 주교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 교회 첫 사제는 초대 조선대목구장인 브뤼기에르 주교이다.

파리외방전교회는 독자적으로 선교 지역을 개척하고 개별 교회를 세우는 선교 단체가 아니다. 파리외방전교회는 교황청에서 정식으로 교계제도를 설정할 때까지 임시로 설정한 교황대리감목구 곧 대목구를 맡아 사목하는 사도생활단이다. 교황청 인류복음화성(옛 포교성성) 직할 선교단체인 파리외방전교회의 선교 활동은 어디까지나 인류복음화성이 허락하는 한에서 한시적으로 주어진 선교 지역을 관할한다.

이런 이유로 파리외방전교회 회칙에서는 선교 지역 출신의 현지인 성직자를 회원으로 받지 못하게 되어 있다. 아울러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은 선교 지역에서 현지인 성직자가 사목할 수 있는 자립 교회로 성장했을 때에는 바로 교황청에 선교 지역을 반납하고 다른 선교지를 개척하기 위해 떠나게 되어 있다.

따라서 교구장 주교와 동일한 교회법적 권한과 지위를 지닌 대목구장 주교를 제외하고는 조선에 파견된 파리외방전교회 선교사들은 조선대목구 소속이 아니라 파리외방전교회 소속이다. 그래서 김대건 신부가 ‘한국 교회 첫 신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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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단 감실 아래 모셔져 있는 김대건 신부의 성해. 신학생들은 매일 김대건 신부의 성해를 대면하면서 일상의 순교를 익히고 있다.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주교회의 「한국 천주교회 사제 인명록(2021)」에 따르면 첫 한국인 사제 김대건 신부부터 2021년 2월 22일에 사제품을 받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윤홍민 신부까지 한국인 사제는 총 6705명에 이른다. 이들뿐 아니라 현재 한국 교회 6개 대신학교에서 사제로 양성 중인 신학생 모두는 성 김대건 신부의 삶과 영성을 배우고 실천하고 있다.

김대건 신부는 단순히 한국 교회 첫 신부라 해서 한국인 사제들과 신학생들의 모범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김대건 신부는 1949년 11월 15일 교황청이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할 만큼 사제로서 또 그리스도인으로서 삶과 신앙의 모범이 되는 인물이다. 그러기에 한국 교회 성직자들과 신학생 그리고 교우들이 김대건 성인을 공경하고 따르고 있는 것이다. 한국 교회는 1950년부터 해마다 교황청이 정한 7월 5일에 김대건 신부 대축일로 지내오다 2019년 주교회의 가을 정기총회 결정에 따라 2020년부터는 신심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김대건 신부는 왜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일까? 김대건 신부는 순교할 때까지 목자로서의 신원을 단 한 번도 잊지 않은 사제요 선교사였기 때문이다. 김대건 신부는 순교 직전 교우들에게 보낸 마지막 회유 편지에서 “주님의 거룩한 뜻을 따르며, 온 마음으로 천주 예수의 대장의 편을 들어, 이미 항복 받은 세속ㆍ마귀를 물리칠지어다.…무슨 일이 있을지라도 부디 삼가고 극진히 조심하여 주님의 영광만을 위하고 조심을 배로 더하고 더하여라”라고 당부했다. 또 “주님을 섬기고 구원받는 일에 물러나지 말고…모든 신자는 천국에 만나 영원히 누리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희망했다.

이처럼, 김대건 신부는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들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19-20)는 주님의 말씀을 따라 교회의 첫째 사명인 선교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또 김대건 신부는 목자로서 하느님께 충실하면서 사랑으로 가득한 아버지의 역할을 잊지 않았다.

한국 교회 신학생들이 김대건 신부를 통해 학문적이고 영적인 면에서 조화를 이루는 인성뿐 아니라 진정으로 그리스도를 믿고 체험하며 사랑하는 사제 영성을 체화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아울러 한국 교회가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희년으로 지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대건 신부는 중국 상해 김가항 성당에서 사제품을 받고 조선에 입국하면서 순교를 각오했다. 고국에서의 그의 사제 생활은 일상이 ‘순교’였다. 이 죽음의 십자가를 조금도 두려움 없이 지고, 우리 민족의 복음화를 위해 목숨을 기꺼이 내놓았다.

가톨릭대 신학대학 신학생들은 매일 일상의 시작과 끝 시간에 성당 제단에 있는 성 김대건 신부와 대면하면서 일상의 순교를 익히고 있다. 그리스도를 위해, 하느님 나라를 위해, 우리 민족의 복음화를 위해 김대건 신부처럼 죽을 수 있도록 기도한다. 그리고 김대건 신부의 거칠 것 없는 용덕과 하느님을 위한 숭고한 결단을 이어받아 일상의 순교, 하루하루의 영적 죽음이 그리스도를 닮은 목자가 되는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체화하고 있다.

은둔의 자리에서 신학생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밝고 기쁨 가득한 까닭은 그들이 일상에서 하느님을 증거하고, 하느님으로 인해 당하는 고통이나 시련을 기쁘게 참아냄으로써 가능한 것이다. 첫 선배 김대건 신부가 그러했던 것처럼.

리길재 기자 teotokos@c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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