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당신이 누구신지 압니다.

당신은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이십니다.”

 

성경 속 복음을 읽다 보면 재미있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복음 속 마귀들은 주님 앞에서는 영락없이 힘을 잃은 소심한 모습입니다. 누군가는 당연하다고 말할테지만 복음 속 마귀들은 예수님을 모함하지도 욕하지도 않습니다. 그분에 맞서지도 않습니다. 싸워서 패배하거나 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습니다. 늘 쫓겨나고 도망칩니다. 통쾌하긴 한데 이상합니다.

 

그들의 행동이 이상하게 보이는 것은 단순히 예수님이 하느님이심을 알기에 마귀의 행동은 그럴 수 있다지만 마귀의 행동은 그 의도가 보이는 다분히 의도적인 소심함이기 때문입니다.

 

마귀는 지금 우리가 주님께 고백하는 말들을 쏟아냅니다. “하느님의 아들”, “하느님의 거룩하신 분”, “멸망시키는 분등등 그들은 오히려 사람들 앞에서 예수님의 정체를 밝히는 이야기를 서슴없이 내뱉습니다. 그리고 마귀는 우리가 아는 대로 화려하게 퇴장합니다. 곧 사람을 내동댕이치거나 돼지떼 속으로 들어가 비탈에서 다 죽어 버리거나 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당연히 사람들은 놀라고 예수님의 권위를 봅니다. 그리고 정말 하느님의 사람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됩니다. 이는 좋은 일인 듯 보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마귀들의 행동에는 하나의 의도가 있습니다. 사람이 되신 하느님이 세우신 구원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사람에게 구원은 하느님의 심판으로 이루어지지만 그 내용은 사람이 하느님의 뜻대로 사는 것입니다. 그것이 예수님이 임금이나 위인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되셔서 평생을 사람 속에 머무신 이유입니다.

 

마귀는 그런 주님을 막기 위해 애를 씁니다. 그분을 완전히 다른 존재라고 알리는 이유는 그 때문입니다. 우리와 본질이 다른 분, 출신이 다르고 피가 다르고 신분이 다른 분이 보이는 모든 것은 위로가 될지는 몰라도 동질감과 우리의 변화는 불가능한 것이 됩니다. 사람들이 느낀 첫 권위는 자신들 안의 하느님이셨지만, 이후 그들이 고백하는 권위가 얼마나 다른지를 구별할 수 있다면 마귀의 깊은 뜻을 알 수 있을 겁니다. 마귀는 참 머리가 좋습니다. 하느님에게는 안 통했지만 말입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놀라운 권위와 권능에 약한 우리는 주님 보시기에 위태롭기만 합니다. 그러니 이제 주님의 뜻을 알아듣고 마귀의 속삭임을 구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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