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연중 제19주일 <생명의 빵으로 힘내세요>

(2021. 8. 8 1열왕 19,4-8; 에페 4,30-5.2; 요한 6,41-51)

 

뜨겁게 달아오른 대지가 마음까지 녹일 듯 극성을 떠는 때,

맹렬한 더위에 지쳐있는 우리에게 활기를 되찾아 주시려는 듯,

8월 한 달 복음이 내내 생명의 빵에 관한 선포입니다.

더위야! 주님을 찬양하여라.”

비야! 바람아! 주님을 찬양하여라

모든 상황을 찬미했던 프란체스코 성인처럼

주변에서 자잘한 감사거리를 찾으면 좋겠습니다.

내리 쬐는 뙤약볕도

기실 튼실한 열매를 익게 하려고 온 힘을 쏟고 있는 중이니, 이해합시다.

찜질방에서 돈 내고 땀을 빼는 세상에서

공짜로 주어진 더위로 진탕 땀 흘리는 일은 틀림없는 축복이니까요.

 

8월 한 달 동안

매 주일 복음이 생명의 빵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원한 생수가 아닌 뜨뜻한 빵 얘기라니,

썩 입맛이 당기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주님께서 이르시는 빵은 주전부리가 아니라

우리의 주식임을 기억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라는 단어를

으로 바꾸어 들어도 무방하겠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세 끼니를 먹으면서 삶을 영위할 힘을 얻습니다.

 

그런데 끼니마다 챙겨먹는 밥이라서 질렸다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주님께서 왜 굳이

우리의 빵으로 오신 것인지 이유가 한결 가까이 다가옵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의 삶 안에서 매일,

얼굴을 맞대고 함께 지내도

전혀 질리지 않는 관계를 맺고 싶다는 고백이라 싶은 겁니다.

대단하고 특별한 무엇이 아니라

소소한 일상을 함께 하시려는 주님의 소망을 느끼게 됩니다.

당신 스스로 우리의 밥이 되시어 힘의 근원이 되고

생명을 선물하시려는 그분 사랑에 가슴이 저릿합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은

생명의 빵으로 세상에 오신 예수님의 말씀을 들은 사람들이 모두

수군거리고 구시렁거리며 불만을 표했다고 말합니다.

어떻게예수님이 빵이냐고 득달같이 따지며

안면몰수하고 등을 돌려버린 사실을 전합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을

도통 믿으려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망측하다여기며

미련없이 돌아선 그들이

참으로 답답하다생각하다 보니

문득 지금 우리네 속내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사실에

소스라쳤습니다.

기도로써 자신의 욕심이 채워지기만 바라는 우리,

온통 달콤한 기쁨만 내려주실 것을 소원하는 우리,

그분의 명령을 묵살하며

그분께서 명하신 삶은 성인들의 몫으로 제쳐놓고서

뻔뻔하게 받을 손만 납죽납죽 내미는 우리가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이런 우리 모습이 성령을 슬프게 한다고 밝힙니다.

생명의 빵을 받아먹은 그리스도인들이

사랑받는 자녀답게살지 못하는 모습들이

그분을 한없는 슬픔으로 몰아간다고 일깨웁니다.

생명의 빵을 받아먹고서도

곧바로 사탄의 속삭임에 솔깃하는 짓거릴랑

당장 끊어낼 것을 당부합니다.

겉으로 내색조차 하지 않을지라도

그러한 생각을 갖는 것으로

그분께 슬픔과 아픔을 드린다니, 움찔하게 됩니다.

우리의 옳지 않은 생각,

그릇된 마음만으로 성령을 눈물짓게 한다니,

송구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렇게

그분의 길에서 따로 뛰어다니는 우리를 내치지 않으시고

끝까지 품어주시며

당신의 몸을 떼어 먹이시며

새롭게 살아가기를 고대하시는 눈물겨운 사랑에 목이 멥니다.

솔직히 사도가 작성하여 들려주는

성령을 슬프게 하는 것들의 목록에, 얼굴이 화끈합니다.

원한과 격분과 분노와 폭언과 중상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우리 삶을 실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매양 이 모양 이 꼴을 보며

매일매일 마음이 무너지는 우리 하느님

어찌 버티실꼬! 싶어 가슴 아립니다.

내 삶으로

그분을 울리고 웃길 수 있는 이 특별함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그리스도인은 하느님의 자녀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배를 찾은 믿음인입니다.

아직 그분 사랑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분을 만나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 힘을 북돋워 주시려고 주님께서는 오늘도

우리에게 생명의 빵을 먹여주십니다.

당신을 닮도록 한껏 밀어 주십니다.

그분께 얻은 힘을 그분의 일에 쏟아 붓느라

땀 흘리는복된 여름이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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