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4주간(7월 4~10일)

언제나 주님께 감사할 수 있습니다

제가 초등학교(당시에는 ‘국민학교’였지요) 때,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40년도 훨씬 전에 학교에서는 개인의 인적 사항을 기록하는 신상명세서를 종종 쓰게 했습니다. 한 학년 올라갈 때마다 담임 선생님께서는 종이를 나눠주며 스스로 작성하게 했습니다. 여러 가지 항목이 있었지만, 그중에서 제일 난감했던 항목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취미’ 항목이었습니다.즐기는 일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도 별다른 것이 없더군요. 그래서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쓰나 봤지요. 대부분이 ‘독서’였습니다. 아마 절반 이상은 취미로 ‘독서’를 쓴 것 같습니다. 평소에 책 한 번 읽지 않았던 아이들도 ‘독서’를 취미라고 적었습니다. 저 역시 ‘앞으로 열심히 책을 읽어야지’라는 마음으로 취미로 ‘독서’를 썼습니다.지금은 취미로 무엇을 쓸까요? 참 다양한 취미를 적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 종류가 그렇게 많지 않았습니다. 그만큼 즐기는 일이 특별하게 있지 않았다는 것이지요. 그래도 그때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참 많습니다. “그때가 좋았어.”라고 말하면서 당시가 더 행복했다고 말씀하십니다. 왜 그럴까요? 어쩌면 ‘부족함’이 많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부족함이 힘들 수도 있지만, 그 힘듦이 그리움이 되고 기억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 것입니다.부족하다고 쓸모없는 이것이 아닙니다. 어렵고 힘든 일들이 반드시 나쁜 기억을 만드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순간도 모두 좋은 것이 될 수 있음을, 그래서 지금에 더 충실하게 살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언젠가는 지금의 어려운 순간을 기억하면서 “그때가 좋았어.”라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주님께서는 우리에게 늘 좋은 시간을 주십니다. 지금은 너무 어렵고 힘들다며 주님께 불평불만을 던지기도 하지만, 그렇게 힘들어했던 순간이 미래의 한 시간에 “그때가 좋았어.”라고 말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을 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늘 우리는 주님께 감사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