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12주간 (6월 20~26일)
조명연 마태오 신부
조명연 마태오 신부는 1999년 사제서품을 받았다.
2001년부터 인터넷에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묵상 글을 쓰고 있으며,
현재 인천교구 갑곶순교성지 전담신부로 재임 중이다.
주님께 대한 믿음
2003년 봄,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KBS 라디오의 방송작가가 건 전화였습니다. 라디오 프로에 나와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고민에 빠졌습니다. 제가 그렇게 말을 잘하지 못하고, 혹시라도 교회에 누가 되는 말을 실수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주님을 알리는 선교의 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허락했습니다.방송 녹음을 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오후 2시에 라디오 홀에서 녹음하기로 했는데, 아침부터 생각만 하면 긴장되었습니다. 미리 방송국에 가서 대기하는데도 이 긴장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잠시 뒤에 담당 피디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신부님은 믿음이 깊으시니까 처음으로 하는 방송이어도 떨지 않으시겠어요.”아침부터 긴장하고 초조해하며 떨었는데…. 피디의 말을 들으면서 제가 왜 이렇게 긴장하고 초조해하고 떨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맞습니다. 주님께 온전히 저를 맡기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믿는다고 하면서도 함께하지 않으니 떨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도 그렇게 긴장하며 떨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그 뒤, 긴장하게 될 때 주님께 대한 믿음을 되새겨 봅니다. 주님만 믿는다면 긴장하지 않게 됩니다. 그런데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우리는 참 많이 긴장합니다. 평상시에는 주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막상 힘든 상황에서는 주님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한국 순교 성인의 순교 이야기를 많이 들으셨을 것입니다. 그분들 역시 나약하고 부족한 인간이기에 긴장도 하고 두려움 속에 흔들렸을 것입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예수, 마리아’를 외치면서 의연한 모습을 보였던 것입니다. 믿음으로 긴장과 두려움에서 벗어난 것입니다.어렵고 힘든 고통의 순간에는 주님께 대한 믿음을 되새겨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