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삼위일체 대축일 <우리는 주님의 연인입니다>

(2021. 5. 30 신명 4,32-34.49-40; 로마 8,14-17; 마태 28,16-20)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성경을 통해서 그분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 제 꿈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2독서로 전해진

짧은 로마서를 정독해 주시기를 간청합니다.

로마서는

그리스도교 역사 안에서 수없이 많은 사람을 변화 시켰습니다.

이 놀라운 능력은 아마도

글을 쓴 이가 성령에 의해서

철저히 변화된 체험자였기 때문이라 싶은데요.

이제 로마서를 읽어

복음의 주역으로 우뚝 서는 은총이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당시 로마황제는

단순한 통치자가 아니라 살아있는 신()으로 숭배 받았습니다.

로마인들은 스스로 카이사르의 소유라 하였고

카이사르의 사람(Kaisarianoi)’이라고 불리는 걸 최고의 영예로 여겼습니다.

그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진정한 메시야이며 구원자인

예수님의 은혜를 전했던 바오로 사도의 꿈은

틀림없이 로마시민들을 카이사르의 소유에서

그리스도의 것으로의 전환시키는 일이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삼위일체 대축일, 로마서간을 읽으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바랍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는

하느님의 힘을 빌어

또 다른 카이사르의 소유로 살아갈 작정을 하는 경우가 흔하니까요.

진리를 찾기보다

쉽고 편하고 안락한 종교생활을 원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니까요.

신앙마저 취향에 따라 좋고 원하는 것만 골라 누리려 들고

그에다 구원까지 챙기려하니,

도둑심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표현이 지나치나요?

문제는 예수님을 카이사르로 변질시키려 드는

이 사악하고 고약한 짓이

말짱 헛된 일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어느 인간도 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눈만 뜨면 하루 종일, 나쁜 생각만 하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세상이 악인으로 규정짓는 사람일지라도

더러 좋은 면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로마서가 조목조목 밝히는 죄목들을

나에게 적용시키기를 꺼립니다.

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온전히 그분의 뜻에 맞갖게 살아가지는 못하지만

그 살벌한 죄목들은 아주 못된 인간의 것이라고 여겨 버립니다.

 

예를 들어 인간은

온갖 불의와 사악과 탐욕과 악의로 가득 차 있고,

시기와 살인과 분쟁과 사기와 악덕으로 그득하다는 표현을

단지 아주 몹쓸 사람에게 한한 것으로 흘려 듣습니다.

어쩌면 험담꾼이고 중상꾼이며

하느님을 미워하는 자고,

불손하고 오만한 자며,

허풍쟁이고 모략꾼이고,

부모에게 순종하지 않는 자며,

우둔하고 신의가 없으며 비정하고 무자비한 자”(로마 1,29-31)라는

지적에는 약간 마음이 찔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누구도 부모님께 순종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는 까닭일 테고,

또 누군가와 잠깐 쑥덕공론을 하지 않는 사람도 드물 테니 말입니다.

그런 모양으로 사는 자는 마땅히 죽어야 한다는

하느님의 법을 잘 알면서도

그들은 자기들만 그런 짓들을 행하는 게 아니라”(로마 1,32. 공동번역)

스스로를 위로하고 변명하니 탈입니다.

이렇게 에 대한 하느님의 판결이 무겁고 중하다는 점을 묵살하니,

예사 일이 아닙니다.

더 나아가

험한 생각 잠깐 품는 게,

약간 험담하는 게, 좀 우쭐해져서 허풍 좀 떨기로서니

무조건 죽을 짓이라니 그럴 리가 있겠냐고 억울해 합니다.

율법을 전부 지키다가 한 조목이라도 어기면

율법 전체를 어기는 것”(야고 2,11)이라는 걸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면서도 그렇습니다.

주님께서는 죄의 경중이 문제가 아니라

사소한 죄와 극악무도한 죄가

똑같이 일 뿐이라는 사실을 잊고 지냅니다.

그분의 애닲은 성심과 따로 놀고있는 겁니다.

 

부디,

로마서를 읽으신 소회를 통해서

삼위일체 하느님의 의미를 머리로 알아낼 수 없다고

밀어 놓거나 드러나지 않는 신비라

골 아픈 신학일 뿐이라고

몰라도 되는 것으로 취급하는 수준을 벗어나기를 기대합니다.

하느님은 똑같은 사랑이기에 삼위이지만 일체이십니다.

우리가 그분처럼 죄를 피하고

사랑을 선택할 때,

이미 삼위일체 하느님께 흡수된 신비의 존재로 거듭납니다.

온 그리스도인들이 이 진리에 감격하기 원합니다.

 

모세의 설명과 바오로 사도의 증거가

우리를 주님 사랑에 깊이 빠져 들도록 이끌고 있습니다.

이 좋은 날,

아버지 하느님을 한껏 찬미하고

예수님을 진하게 사랑하여

성령의 연인이 되는 축복이 있기를 진심으로 축원합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 2021년 부활 제4주일 <우리도 그분처럼> 월평장재봉신부 2021.04.24 9
31 2021년 부활 제3주일 <허기지신 예수님> 월평장재봉신부 2021.04.16 9
30 2020년 대림 제3주일<대림, 주님 안에서 기뻐하는 시기입니다> 월평장재봉신부 2020.12.10 9
29 2020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 <진리의 일꾼> 월평장재봉신부 2020.09.19 9
28 2020년 연중 제16주일 <그래서 더, 알렐루야!!> 월평장재봉신부 2020.07.17 9
27 2021년 연중 제21주일 <교인이 아니라 제자를 원하십니다> 월평장재봉신부 2021.08.21 8
26 2021년 연중 제18주일 <“주님 안에서 분명하게 말합니다.”> 월평장재봉신부 2021.07.31 8
25 2021년 연중 제17주일 <믿음의 쪽지시험> 월평장재봉신부 2021.07.23 8
» 2021년 삼위일체 대축일 <우리는 주님의 연인입니다> 월평장재봉신부 2021.05.28 8
23 2021년 사순 제4주일 <사랑 “사실은 참 아픈 거래”> 월평장재봉신부 2021.03.12 8
22 2022년 주님 세례 축일 월평장재봉신부 2022.01.08 7
21 2021년 연중 제19주일 <생명의 빵으로 힘내세요> 월평장재봉신부 2021.08.06 7
20 2021년 연중 제6주일 <하실 수 있습니다!> 월평장재봉신부 2021.02.11 7
19 2020년 연중 제26주일 <생각 바꾸기> 월평장재봉신부 2020.09.26 7
18 2020년 연중 제21주일 <만능열쇠> 월평장재봉신부 2020.08.22 7
17 2019년 연중 제24주일 월평장재봉신부 2019.09.13 7
16 2021년 대림 제4주일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으며> 월평장재봉신부 2021.12.18 6
15 2021년 대림 제1주일 <더욱 더 그렇게> 월평장재봉신부 2021.11.27 6
14 2021년 연중 제33주일 <영적전쟁에는 휴전이 없습니다> 월평장재봉신부 2021.11.13 6
13 2021년 연중 제31주일 <사랑, 은혜의 흔적입니다> 월평장재봉신부 2021.10.30 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