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동방의 박사들이 아기 예수님께 경배하러 온 사건을 기념하는 날이다. 예전에는 삼왕내조축일로 불리었다. 주님의 공현은, 세상에 공적으로 주님이 드러났다는 뜻이다.
오늘 복음에서 ‘헤로데’를 이겨내는 박사들의 모습에 눈길이 간다. ‘헤로데’는 걸림돌이었다. 살아가면서 누가, 그리고 무엇이 우리의 ‘헤로데’인가를 생각해보자. 주님 뜻대로 살려고 하는데 훼방 놓는 사람, 잘 살려고 하는데 속을 뒤집어 놓는 사람, 아마도 지금의 코로나19도 ‘헤로데’일 수 있다. 우리는 이런 이웃과 환경으로 드러나는 ‘헤로데’를 이겨내고 별의 인도로 주님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리고 경배해야 한다.
오늘 동방박사들은 길을 떠났고, 땅에 엎드려 경배하였고, 예물을 드렸다. 이들의 모습은 계산적이지 않고, 묵묵히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다. 박사들이었지만 인간적인 기준으로 판단 안 하고, 낮은 예수님께 낮은 자세로 다가갔다. 그리하여 왕이신 분에게 황금을, 하느님이신 분에게 유향을, 인간이 되신 분에게 몰약을 봉헌했다.
박사들의 기쁨은 대단한 수고를 치르고 얻은, 오랜 싸움 끝에, 실망과 좌절 속에서도 쓰러지지 않은 기쁨이었다. 이는 여정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서 얻을 수 있는 기쁨이었다. 그리스도를 만나기 위해서 우리에게 주어지는 여러 힘든 체험을 고맙게 여기면 좋겠다. 코로나19의 상황이 우리에게 또 다른 ‘헤로데’의 모습으로 찾아왔다. 하지만 동방박사들처럼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포기하지 말자.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주님께 경배하러 떠나는 자가 되자. 박사들처럼 서로 의지하면서 한 방향으로 나아가자. 그리고 ‘헤로데’를 이겨내고 주님께 경배합시다. 그러면 경배를 끝내고 헤로데에게 돌아가지 말라는 하느님의 지시를 받고, 다른 길로 자기 고장에 돌아가는 동방박사들처럼, 우리도 하느님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아멘 이성주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