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15 08:37

가정미사 강론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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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예수님

 

성 바오로 사도는 사랑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사랑은 무례하지 않습니다.”(1코린 13,5)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권고 『사랑의 기쁨』에서 이 말씀을 다음과 같이 해설했습니다.

 

“사랑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도 의미합니다. 사랑은 불손하게 행동하거나 무례한 태도를 보이거나 엄격하게 대하지 않습니다. 사랑의 자세와 말과 행동은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하며 거칠거나 완고하지 않습니다.”(99항)

 

교황님의 말씀대로 사랑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 되어야 사랑을 받을 수 있고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불손한 행동과 무례한 태도와 엄격함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의 모습이 아닙니다. 거칠거나 완고한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가정에서 내가 그런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주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또 교황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다른 사람과의 참된 만남에 열려 있으려면 다른 사람을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는, 자신의 열등감을 감추려고 다른 사람의 단점과 실수를 서슴없이 지적하는 부정적인 태도를 지닌다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애정 어린 눈길은 우리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고, 서로가 다르더라도 인내하며 협력하도록 도와줍니다.”(100항)

 

제가 로마 유학을 하던 시절에, 외국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그들은 언제나 웃는 눈길로 저를 대해주었고, 그러면 저도 자연스럽게 웃는 눈길이 되면서 서로 말하지 않아도 따듯한 마음과 받아들여짐, 그리고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한국에 와서 한국 사람들과 눈이 마주치면, 같은 나라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경계의 눈길이나 무관심한 눈길을 보게 됩니다. 그러면 저도 자연스럽게 경계의 눈길이나 무관심한 눈길이 되면서 서로 말하지 않아도 차가운 마음과 받아들여지지 않음, 그리고 외국 사람들보다 고국 사람들이 가깝지 않고 더 멀게 느껴졌습니다.

 

가정 안에서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은 어떻습니까? 교황님의 말씀대로 애정 어린 눈길로 서로를 바라보며 살고 있습니까? 아니면 제가 한국에 와서 느낀 것처럼 무관심한 눈길로 서로를 바라봅니까? 다른 사람의 단점과 실수를 서슴없이 지적하는 부정적인 태도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가족이라도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보지 않을 것입니다.

 

가족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이기에 서로의 단점과 실수를 서슴없이 지적하기보다는 참아주고 고쳐주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 세상에 단점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며, 실수하지 않는 사람도 아무도 없습니다. 나의 단점과 실수를 내 가족이 받아주지 않는다면, 가족 이외의 어느 누가 그것을 받아주겠습니까! 가까운 친구가 받아줄 수도 있겠지만, 그 친구는 나와 매일 함께 살고 있지 않습니다. 가족의 자리를 친구가 대체할 수 없는 것입니다.

또 교황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격려의 말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말은 위로와 위안이 되며 힘과 기운을 북돋아 줍니다. 예수님께서 당신 백성에게 하신 다음과 같은 말씀에서 그 예를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얘야, 용기를 내어라.’(마태 9,2) ‘네 믿음이 참으로 크구나!’(마태 15,28)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4,27) 이는 비하하거나, 슬프게 하거나, 화를 불러일으키거나, 멸시하는 말들이 아닙니다. 우리는 가정에서 이러한 사랑이 담긴 예수님의 언어를 배워야 합니다.”(100항)

가정 안에서 우리는 서로 격려의 말을 해줘야 합니다. 격려의 말이 서로에게 위로와 위안이 되며 힘과 기운을 북돋아 주기 때문입니다. 가정 안에서 누군가가 실수하거나 잘못했을 때, 곧바로 화를 내고 꾸짖기 보다는 먼저 “괜찮아.” 라고 말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가정 안에서 서로를 비하하거나, 슬프게 하거나, 화를 불러일으키거나, 멸시하는 말들을 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말들이 가정 안에서 오고 간다면, 그 가정은 평안한 보금자리가 아니라 지옥 같은 곳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정 안에서 서로에게 건네는 눈길과 말이 그 가정을 만들어 나갑니다. 가정 안에서 매 순간 서로에게 애정 어린 눈길과 격려의 말을 건네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는 가정과 그러한 것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가정은 점점 더 서로 다른 모습으로 가게 될 것입니다. 교황님의 말씀대로 우리 가정 안에서 사랑이 담긴 예수님의 언어를 배우고 서로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