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기름

가톨릭부산 2020.11.12 11:40 조회 수 : 18

호수 2622호 2020.11.08 
글쓴이 윤정환 신부 

구원의 기름
 
윤정환 신부 / 중앙성당 주임
 
   오늘 마태오 복음사가가 전하는 열 처녀의 비유는 구원과 심판의 그날이 언제일지 모르니 깨어 준비하라는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하지만 이 비유에는 몇 가지 이해가 잘 안 되는 장면이 등장하지요.
 
   먼저 혼인잔치에 들어가지 못한 다섯 처녀들은 이런 볼멘소리를 할지도 모르지요. “하필이면 신랑이 밤에 올게 뭐랍니까. 낮에 왔으면 등불을 켤 기름은 필요도 없었을 것을.” 또한 신랑을 만난 다섯 처녀들도 그래요. 기름을 나눠 쓰면 될 것을 매몰차게 거절하고 자기들만 들어가지요. 게다가 신랑은 늦게라도 기름을 마련해온 처녀들을 받아들이지 않아요. 그래서 결국 문은 굳게 닫히고 맙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오늘 복음의 비유를 보다 단순하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혼인잔치는 곧 구원의 잔치입니다. 그리고 기름을 준비하고 깨어 기다린다면 구원될 것이며, 구원받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님을 말하지요. 그리고 그것은 스스로 해야 할 일이지 다른 이가 대신해줄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그런 기름을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준비할까요? 
 
   마태오 복음에 나오는 다른 혼인잔치의 비유에서는 예복을 입지 않은 사람들이 잔치에서 쫓겨난다고 하였습니다.(마태 22,12) 여기서도 예복은 잔치에 함께 하는 마음이지요. 결국 잔치 예복이나 기름은 같은 것이 아닐까요. 사도 바오로가 “예수님께서 돌아가셨다가 다시 살아나셨음을 우리는 믿습니다.”(1테살 4,14ㄱ)라고 말하는 대로, 그것은 바로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며, 구원의 희망인 것이지요. “하느님의 나팔 소리가 울리면, 먼저 그리스도 안에서 죽은 이들이 다시 살아나고, 그 다음으로 그때까지 남아 있게 될 우리 산 이들이 그들과 함께 구름 속으로 들려 올라가 공중에서 주님을 맞이할 것입니다.”(1테살 4,16~17)
 
   지혜서 저자는 말하지요. “지혜는 바래지 않고 늘 빛이 나서 그를 사랑하는 이들은 쉽게 알아보고 그를 찾는 이들은 쉽게 발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수고할 필요도 없이 자기 집 문간에 앉아 있는 지혜를 발견하게 된다.”(지혜 6,12~14)고 말입니다.
 
   그만큼 구원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져 있으며, 또한 우리는 이미 구원의 문 곁에 성큼 다가와 있다는 것이지요. 우리를 찾아오시는 하느님을 맞이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깨어 기다리는 믿음을 주시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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