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01 15:20

가정미사 강론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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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예수님

 

성 바오로 사도는 사랑을 이렇게 정의했습니다. “사랑은 뽐내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습니다.”(1코린 13,4)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권고 『사랑의 기쁨』에서 이 말씀을 다음과 같이 해설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에 대하여 많이 말하는 것을 자제하고 상대방에게 집중합니다.

 

어떤 이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을 중요한 사람으로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참으로 우리를 훌륭한 사람으로 만드는 것은 약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돌보며 감싸 안아 주는 사랑입니다.“(97항)

 

교황님의 말씀처럼 진정으로 남을 사랑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하여 많이 말하는 것을 자제하고 상대방에게 집중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이야기는 많이 하지만, 상대방의 이야기는 귀 기울여 들어주지 않습니다. 가정 안에서도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가족이 함께 모여 있을 때 누군가가 자신의 이야기만 계속한다면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그 안에서 머무를 자리가 없어집니다.

 

교황님은 약한 사람들을 이해하고 돌보며 감싸 안아 주는 사랑이 우리를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어 준다고 말씀하십니다. 가정 안에서도 이 말씀은 그대로 적용됩니다. 가정 안에서도 누군가는 약한 사람일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때로는 자녀가 될 수 있고, 아내가 될 수 있고, 남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가정 안에서 누군가 약한 사람이 되었을 때 가족 구성원이 그 사람 위에 군림하거나 그를 지배하려 해서는 안 되고, 그를 돌보며 감싸 안아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황님은 또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리스도인들이 신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믿음이 약하거나 믿음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가족들을 사랑으로 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진심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용서하고 섬기려면 자만심을 버리고 겸손을 길러야 합니다.

 

가정생활에서 지배의 논리와 가장 똑똑하거나 권위 있는 사람을 가리는 경쟁의 논리는 사랑을 사라지게 합니다. 이러한 가정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충고가 됩니다. ‘여러분은 모두 겸손의 옷을 입고 서로 대하십시오. '하느님께서는 교만한 자들을 대적하시고 겸손한 이들에게는 은총을 베푸십니다.'’(1베드 5,5)”(98항)

 

우리 가정 안에 신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믿음이 약하거나 믿음에 대한 확신이 부족한 사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을 사랑으로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교황님은 말씀하십니다. 신앙에 대한 지식이나 믿음, 또 믿음에 대한 확신은 단 한 순간에 생겨나거나 자라는 것이 아닙니다. 꾸준히 신앙생활을 한다고 해서 그냥 깊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우리 가정 안에서 누군가가 신앙에 대한 지식이나 믿음이 얕고, 그로 인해 신앙적이지 못한 말과 행동을 하더라도 먼저 그 사람을 사랑으로 대해주는 것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교황님의 말씀대로, 가정생활에서 지배의 논리와 가장 똑똑하거나 권위 있는 사람을 가리는 경쟁의 논리는 사랑을 사라지게 합니다. 가정 안에 지배의 논리와 경쟁의 논리가 가득하다면 그 안에 사랑이 있을 수 없습니다. 누군가를 지배하고 누군가와 경쟁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바깥 세상에서는 몰라도 가정 안에서조차 서로가 서로를 지배하려 하고 서로 경쟁하려 한다면 그것은 굉장히 불행한 일입니다.

 

우리는 가정 안에서 먼저 겸손을 길러야 합니다. 교황님은 우리가 가정 안에서 겸손과 사랑을 자라나게 할 수 있는 세 가지 키워드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이것 좀 해도 될까요?”, “고맙습니다.”, “미안해요.” 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 세 가지 키워드는 모두 다 겸손이 깔려 있을 때에만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지배하고 군림하는 사람은 이 세 가지의 말을 결코 하지 않습니다.

 

오늘 미사 중에 우리 가정 안에 지배와 경쟁의 논리가 아니라 겸손과 배려와 존중의 논리가 자리 잡을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느님께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