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30 09:11

가정교리 32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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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리 제 32 과 - 본시오 빌라도는 누구에요?

 

《본시오 빌라도는 예루살렘에 파견된 로마 제국의 총독이에요. 그는 예수님이 아무 죄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예수님께 사형을 선고했어요.》(『Youcat 프렌즈』p.65)

 

기원후 26-36년경 티베리우스 황제가 로마 제국을 통치하던 시기에 유다 지방을 다스리던 총독이었던 본시오 빌라도는 신약성경에서 예수님의 수난,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에 등장합니다. 빌라도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사형에 처하라고 공식적으로 명령을 내린 사람입니다.

 

빌라도는 유다 지방의 총독으로서 아내와 함께 카이사리아에 거주하면서 유다와 사마리아 지역을 다스렸습니다. 그는 사법, 군사, 행정에 관한 전권을 가지고 자신의 관할 지역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습니다. 군대를 지휘하며 군사력을 바탕으로 유다 시민들을 통제했고, 관세를 포함한 모든 세금을 관리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으면서도 어느 정도의 자유와 자치권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이스라엘 백성의 최고의회가 있었습니다. 이것을 ‘산헤드린’이라고 합니다. 산헤드린은 이스라엘 백성의 삶에 있어 종교적이고 일상적인 모든 문제를 취급했던 기관으로서 최고의 결정 기구였습니다. 비록 사법적인 실질적 권한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로마 제국의 관리들이 산헤드린의 결정을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 주었기 때문에, 사실상 의회의 결정은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했습니다. 하지만 사형 선고만은 의회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로마 총독 고유의 권한이었습니다.

 

네 복음서는 모두 다, 예수님을 재판하고 사형 선고를 내린 사람이 빌라도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시대에 로마 제국의 승인 없이는 어느 누구도 사형에 처할 수 없었기 때문에, 이스라엘 백성의 종교 지도자들은 예수님을 로마 총독 빌라도에게 데려가서 군중을 선동하여 사형 선고를 내려달라고 청했습니다. 빌라도는 예수님께로부터 아무런 죄목도 찾지 못했다고 하면서도, 이스라엘 백성들과 종교 지도자들의 반감을 사고 싶지 않아서 예수님께 사형을 선고했습니다.

 

빌라도는 이스라엘 백성이 우상숭배라고 생각했던, 로마 황제의 상징이 들어 있는 군대의 깃발을 예루살렘에 들여왔고, 황제의 이름이 새겨진 금 방패를 성전에 걸어놓기도 했으며, 수도관을 만들기 위해 예루살렘 성전의 재산을 빼냄으로써 이스라엘 백성의 분노를 사기도 했습니다. 성전의 재산을 유용한 이 사건은 이스라엘 백성의 거센 저항을 불러 일으켰고, 빌라도는 군인들을 보내어 저항하는 군중을 죽이도록 했습니다.

 

역사적인 실제 인물이었던 빌라도의 존재는 예수님의 죽음도 실제로 일어난 사건임을 말해줍니다. 후대의 사람들은 예수님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물었고, 예수님을 배반했던 유다 이스카리옷, 예수님을 죽이기로 결정한 최고의회의 모든 종교지도자들, 예수님께 사형선고를 내린 빌라도,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아 죽이라고 빌라도에게 외쳤던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교회는 예수님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그들에게 돌리지 않으며, 이렇게 가르칩니다. “계속해서 죄에 떨어지는 사람들이 이 무서운 잘못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의 형벌을 받으신 것은 우리들의 죄 때문이므로, 타락과 악에 빠지는 사람들은 마음 안에서 그들 안에 계신 하느님의 아드님을 거듭 십자가에 못 박고 모욕을 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경우에 우리의 죄가 유다인들의 죄보다 더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도들의 증언대로, ‘만일 그들이 깨달았더라면 영광의 주님을 십자가에 못 박지는 않았을 것’(1코린 2,8)이지만, 우리는 오히려 주님을 안다고 고백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우리의 행위를 통해서 그분을 부정하면, 그것은 말하자면 그분을 우리의 손으로 죽이는 것이 됩니다.”(『로마 교리서』1,5,11)

 

아시시의 프란치스코 성인도 이렇게 말했습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것은 마귀들이 아니라, 바로 그대가 악습과 죄를 즐김으로써 마귀들과 함께 주님을 못 박았으며, 지금도 못 박고 있는 것입니다.”(『권고』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