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19 10:09

가정교리 29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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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리 제 29 과 - 나자렛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요?

 

《마리아는 천사에게서 예수님을 잉태하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바로 그분이 세상을 구원하실 것이라는 기쁜 소식도 들었지요. 이것이 바로 ‘주님 탄생 예고’에요.

 

하느님은 가브리엘 천사를 마리아에게 보내시어 다음과 같은 말씀을 전하게 하셨어요. “하느님께서 너를 선택하셨다. 그분은 놀라운 일을 시작하셨는데 그 일에 네가 필요하다.” 너무나도 놀란 마리아에게 천사가 말했어요. “두려워하지 마라, 마리아야. 너는 하느님의 총애를 받았다. 보라, 이제 네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터이니 그 이름을 예수라고 하여라.” 이에 마리아는 “하지만 저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여자입니다.”라고 대답했어요. 그러자 천사는 “이 아이는 하느님이 보내시는 아이다. 바로 하느님의 성령께서 이 일을 하실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마리아가 대답했어요. “예!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Youcat 프렌즈』p.54)

 

많은 학자들이 루카 복음서 1장 35절에 나오는, “성령께서 너에게 내려오시고 지극히 높으신 분의 힘이 너를 덮을 것이다. 그러므로 태어날 아기는 거룩하신 분,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불릴 것이다.” 라는 천사의 말과 탈출기 40장 34-35절의 말씀의 연관성이 깊다고 보았습니다.

 

탈출기 말씀은 이렇습니다. “그때에 구름이 만남의 천막을 덮고 주님의 영광이 성막에 가득 찼다. 모세는 만남의 천막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구름이 그 천막 위에 자리 잡고 주님의 영광이 성막에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다.”(탈출 40,34-35)

구름은 하느님 현존의 상징입니다. 구름이 만남의 천막을 덮어 주님의 영광이 성막에 가득 찬 것처럼, 성령의 힘이 내려와 마리아를 덮어 마리아의 태 안에도 하느님의 아드님이 되실 존재의 현존으로 가득 차게 된다는 것입니다.

 

주님의 영광과 하느님 아드님의 대비도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이것은 곧 마리아에게서 태어날 아기가 신적 본성을 가지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그래서 천사는 태어날 아기가 거룩하신 분이라고 불릴 것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과거에 성막을 덮었던 하느님의 현존이 이제는 새로운 성막인 마리아의 태 안을 덮을 것이라고 가브리엘 천사가 예고한 것입니다.

 

이제 성모님의 응답을 살펴보겠습니다. “보십시오,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루카 1,38) 성모님은 스스로를 ‘주님의 종’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이야기 안에서 성모님께 부여된 세 번째 이름입니다. 첫 번째 이름은 사람들에 의해 불러진 ‘마리아’, 두 번째 이름은 하느님에 의해 불러진 ‘은총이 가득한 이’, 세 번째 이름은 성모님이 스스로 선택해서 부른 ‘주님의 종’입니다.

 

이 세 번째 이름은 구약성경에 나오는 많은 인물들, 예를 들어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 에스테르, 모세, 여호수아, 다윗 왕 등이 이미 자신들 스스로에게 부여했던 이름이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성모님은 하느님 앞에서 그분의 종으로 살았던 구약의 인물들의 전통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는 것입니다.

 

주님의 종인 성모님은 주님의 말씀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순종하시면서 Fiat이라고 응답하십니다. 성모님의 이 Fiat은 본질적으로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순종의 행위인 동시에, 구원 역사의 정점에 놓이게 됩니다. 성모님의 이 Fiat에서 새로운 구원 역사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Fiat은 라틴어 동사 fieri의 접속법 현재 3인칭 단수형으로, ‘그대로 이루어지소서!’라는 의미입니다. 마태오 복음서 6장 10절을 보면,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소서.” 라고 기도할 때에도 이 단어가 사용됩니다. Fiat voluntas tua! (Your will be done!)

 

암브로시오 성인은 가브리엘 천사의 예고에 대한 성모님의 응답을 다음과 같이 해설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여기서 마리아가 믿지 않은 것처럼 보이겠지만, 하느님의 외아들을 낳도록 선택된 분에게 믿음이 없었다고 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즈카르야가 믿지 않았기 때문에 말을 못하게 된 것을 생각할 때, 더 큰 특전인 거룩한 어머니의 특전이 그대로 남아 있다 하더라도, 마리아가 즈카르야처럼 믿지 않았다면 어떻게 성령을 받아 높이 기림을 받을 수 있었겠습니까? 더 큰 특권에는 더 큰 믿음이 따라야 했습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천사의 말을 믿어야만 하는 동시에 분별 없이 그 자리를 꿰차서는 안 되었습니다. 그녀는 천사의 말을 믿어야 했고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을 자기가 하는 일인 양 해서는 안 되었습니다. 물론, 만물을 창조하신 하느님 안에 감추어져 있던 그 신비의 계획을 쉽게 알 수 있는 건 아니겠지요. 그것은 높은 곳에 있는 권능들도 알 수 없었던 것입니다. 그런데도 마리아는 믿음을 포기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거절하지도 않았으며 순종을 약속했습니다.

 

마리아가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물은 것은 이루어질 일을 의심해서가 아니라 그 일이 어떻게 이루어질 것인지를 물은 것입니다.”(『루카 복음 해설』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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