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잔치

가톨릭부산 2020.10.07 10:07 조회 수 : 35

호수 2618호 2020.10.11 
글쓴이 김무웅 신부 

텅빈 잔치

 
김무웅 신부 / 구봉성당 주임

 
“永言配命, 自求多福”(영언배명, 자구다복)
“영원토록 하늘의 명(天命)에 부합함이, 스스로 많은 복을 구하는 것이다.”『시경(詩經)』
 
   오늘 성경 말씀 주제는 ‘잔치’입니다.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잔치는 그 자체가 바로 구원이며 메시아께서 오시는 그날이기에 큰 기쁨의 날이기도 합니다. 제1독서의 잔치를 보면 아주 풍성합니다. 하느님께서 그렇게 상을 차려 놓으시고 사람들을 부르십니다. 그리고 그 잔칫상에서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시고 얼굴의 너울을 벗겨주시며 억울함을 풀어주십니다. 다시 말해 그 잔치는 우리가 믿음을 가지고, 한 세상을 살았던 삶들에 대한 하느님의 보상입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을 보면 선택된 사람들이 하느님의 초대를 거절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참으로 묘한 일입니다. 그래서 초대의 손님이 바뀌게 되고 구원의 대상이 달라지게 됨을 봅니다.
 
   지난해 부활절을 앞두고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전이 화재로 무너졌습니다. 올해 사순시기에는 많은 대륙에서 수많은 그리스도인이, 마찬가지로 유다인들과 이슬람교도들까지 자신들의 예배를 드리지 못했습니다. 또한 부활 대축일도 많은 성당이 텅 비었습니다. 비 오는 바티칸의 광장에서 교황님 홀로 기도하시는 장면을 우리는 지켜보았습니다. 텅 빈 교회가 우리에게 빈 무덤을 상기시킨다면, 우리는 천사가 들려주었던 그 갈릴래아를 찾아가야 한다는 ‘토마스 할리크’의 일깨움을 상기해 봅니다.
 
  오늘날 갈릴래아는 어디입니까? 우리는 어디에서 살아계신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습니까? 하늘의 뜻(天命)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새로이 초대받는 이들은 누구이고, 우리는 그들을 초대할 자격이 있습니까?
  정교회 신학자 예브도키모프는 “우리는 교회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있지만, 어디에 없는지를 알지 못한다.”고 지적하였습니다. 맹자는 “하늘이 장차 이 사람에게 큰 임무를 내릴 때는, 반드시 먼저 그 심지를 괴롭게 하고 그 근육과 골격을 수고롭게 한다.”고 하였습니다.
 
  지금 우리는 아직도 여전히 초대하시고 기다리시는 주님 잔치에 기쁘게 달려가지 못하는 원인들을 살펴보고, 비록 어렵고 힘들더라도 그 고통의 시간을 성화하여 천명(天命)을 깨닫는 기회로 삼아야겠습니다. 그럼으로 있어야 할 곳에 함께하는 교회의 본 모습으로 주님과 함께 모여 풍성한 잔치가 이루어지는, 꽉 찬 교회의 모습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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