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9.26 22:04

가정미사 강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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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미예수님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2016년에 발표하신 권고 『사랑의 기쁨』에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혼인성사는 사회적 관습이나 의미 없는 예식, 또는 단순히 약속의 외적 표징이 아닙니다. 혼인성사는 부부의 성화와 구원을 위하여 주어진 선물입니다.”(72항)

 

“혼인성사가 그 자체로 어떤 ‘도구’나 어떤 ‘힘’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로 혼인성사를 통해 그리스도께서 직접 그리스도인 부부를 만나러 오시기 때문입니다.”(73항)

 

교황님은 혼인성사의 가장 본질적이면서 중요한 요소를 우리에게 가르쳐 주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혼인성사가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누군가가 그리스도교 신자이기 때문에 결혼을 하기 위해 반드시 받아야 하는 관문의 차원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부부로 맺어주시고자 하는 두 사람에게 그들의 성화와 구원을 위하여 주시는 선물이라는 것입니다.

 

선물은 거의 항상 좋은 것입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에게 뭔가를 선물할 때 나쁜 것을 주지 않습니다. 대부분 좋은 것을 주려고 합니다. 우리도 서로 그렇게 하는데,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선물을 주시는데 나쁜 것을 주실 수 있을까요?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 가장 필요한 것을 선물로 주실 것입니다. 혼인성사가 부부에게는 바로 그러한 선물이고, 바꾸어 말하면 혼인성사로 맺어진 부부는 서로가 서로에게 하느님께서 주신 가장 좋은 것, 가장 필요한 존재인 것입니다.

 

어떤 부부들은 서로에 대해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나에게 어떻게 저런 철천지웬수 같은 사람을 주셨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에게는 배우자가 하느님께서 주신 선물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주신 십자가일 것입니다.

 

그런데 십자가처럼 느껴지는 배우자를 하느님께서 주시지 않으셨다면, 또 다른 하느님의 선물인 자녀들도 이 세상에 태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나에게는 배우자가 십자가처럼 느껴질지 몰라도, 하느님의 입장에서는 당신께서 창조하신 세상을 계속 이어가는 데에 결정적인 도구인 것입니다.

 

그리고 십자가가 항상 나쁜 것만도 아닙니다. 그리스도교 신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십자가 없는 편안한 삶을 동경하고 꿈꾸었겠지만, 사실 지상에서 그러한 삶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조차도 지상에서는 당신에게 주어진 십자가를 짊어져야만 했습니다. 누구에게나 십자가는 있으며, 배우자만 십자가가 아니라 나도 배우자와 자녀에게 십자가일 수 있습니다.

 

또 교황님은 혼인성사를 통해 그리스도께서 직접 그리스도인 부부를 만나러 오신다고 말씀하십니다. 혼인성사로 맺어진 부부에게 예수님께서 직접 그들을 만나러 오신다는 것입니다. 혼인성사로 맺어진 부부의 가정에 예수님께서 현존해 계신다는 것입니다.

 

가톨릭교회교리서는 이것을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그리스도교 신자 부부는 하느님의 백성 가운데에서 자기 신분과 영역에 고유한 은총을 받습니다. 혼인성사의 이 고유한 은총은 부부의 사랑을 완전하게 하고, 해소될 수 없는 그들 사이의 일치를 강화합니다. 이 은총으로 그들은 부부 생활은 물론 자녀 출산과 교육을 통하여 성덕에 나아가도록 서로 도와줍니다.”(1641항)

 

“그리스도께서 이 은총의 원천이십니다. 일찍이 하느님께서 사랑과 신의의 계약으로 당신 백성을 만나러 오셨듯이, 이제 인간의 구원자이신 교회의 신랑께서 혼인성사를 통하여 그리스도인 부부를 만나러 오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그들과 함께 머무르시면서, 자기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며, 죄에서 다시 일어서고, 서로를 용서하며, 상대의 짐을 져 주고, 그리스도를 공경하는 정신으로 서로 순종하고, 초자연적이며 온유하고 열매 맺는 사랑으로 서로 사랑할 힘을 주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부부애와 가정생활의 기쁨 속에서, 이 세상에서 어린양의 혼인 잔치를 미리 맛보게 하십니다.”(1642항)

 

교리서의 설명을 통해 우리는 혼인성사가 하느님께서 주시는 선물일 뿐만 아니라 은총이라는 사실도 알 수 있습니다. 은총의 원천이신 예수님께서 혼인성사를 통해 그리스도인 부부를 만나러 오시고, 부부와 함께 그 가정에 머무르시며 서로 사랑할 힘을 주십니다. 그러므로 모든 그리스도인 가정은 가정 안에서 서로를 사랑하려는 마음과 힘이 부족해질 때마다 은총의 원천이신 예수님께 다시 서로를 사랑할 힘을 주시기를 청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