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하고 간절한 여인

가톨릭부산 2020.08.12 10:28 조회 수 : 27

호수 2610호 2020.08.16 
글쓴이 김효경 신부 

절박하고 간절한 여인
 

김효경 신부 / 한국외방선교수녀회 상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이방인들이 사는 땅으로 가시어 그곳에서 가나안 부인의 딸을 고쳐주십니다. 가나안 부인은 예수님만이 치유해 주실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예수님께 딸의 치유를 요청합니다. 그녀는 예수님께서 자기와는 다른 이방인임에도 불구하고 “다윗의 자손”만이 아니라 “주님”이라는 호칭을 세 차례나 사용해가며 계속해서 슬기롭게 간청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상황에 대해서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고 제자들은 “저 여자를 돌려보내십시오.”라고 말하기까지 합니다. 여기서 “돌려보내십시오.”라는 말은 고쳐주지 않고 쫓아내라는 의미가 아니라 빨리 고쳐서 보내버리라는 의미입니다. 제자들이 이런 반응을 보일 정도로 가나안 여인이 소리 높여 끊임없이 호소를 한 모양입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여인에게서 사랑하는 딸의 치유를 간절히 바라는 절박함이 느껴집니다. 주님께 기도를 바치는 사람치고 절실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마는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가나안 여인의 경우는 그 절박함이 극에 달했기 때문에 자신의 자존감 따위는 전혀 개의치 않아 보입니다. 딸의 치유를 청하는 부인은 예수님께서 자신을 땅에 떨어져 있는 음식을 주워 먹는 “강아지”에 비유를 하더라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는 먹습니다.”라고 애원하며 가장 처절하고 최대한 낮은 자세로 자기 딸의 치유를 위해서 예수님께 간청합니다.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고 본인의 자존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모멸감을 받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가나안 부인의 경우도 왜 자존심이 없었겠습니까? 그러나 그녀에게는 자존심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사랑하는 딸의 치유였고 딸을 치유해 주실 분은 바로 이분이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소중한 자존심마저 뛰어넘을 수 있었습니다.

   가나안 부인은 딸의 치유가 절박했고 간절히 기도하면 이루어진다는 것을 아는 여인이었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끊임없이 기도를 바치면서도 막무가내로 청하지 않고 슬기롭게 청할 줄 아는 여인이었습니다. 나 자신 보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자신의 자존심마저 내려놓고 겸손하게 기도할 줄 아는 신앙인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왜 이방인들이 사는 곳으로 가셨는지 그 보람을 느끼게 해 준 여인이었습니다. 치유를 체험한 여인도 행복했겠지만 치유를 해 주신 우리 주님께서도 참으로 행복하셨을 것입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704호 2022. 5. 8  예수님의 부활을 믿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디에 투자하시겠습니까? file 임성환 신부 
2610호 2020.08.16  절박하고 간절한 여인 file 김효경 신부 
2324호 2015.04.19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 장현우 신부 
2293호 2014.09.28  촉망받는 아들의 회개 권동국 신부 
2213호 2013.04.28  고단하고 가혹한 사랑 이성균 신부 
2160호 2012.05.13  어떻게 살아가고 있습니까? 이강우 신부 
2010호 2009.09.06  에파타 신진수 신부 
1972호 2008.12.28  예수, 마리아, 요셉의 성가정 축일 손원모 신부 
1970호 2008.12.21  동정녀 잉태 이민 신부 
2698호 2022. 3. 27  우리는 파견된 사람입니다. file 박호준 신부 
2625호 2020.11.29  대림, 새색시가 새신랑을 맞이하듯이…. file 박상운 신부 
2619호 2020.10.18  “정말 그것이 문제입니까?” file 이성주 신부 
2275호 2014.06.01  하늘을 산 자만이 하늘에 오를 수 있다 김현일 신부 
2218호 2013.06.02  성체를 통한 주님과 일치 구경국 신부 
2189호 2012.11.25  그리스도 왕은 진리와 사랑의 봉사자이시다 정영한 신부 
2187호 2012.11.11  사랑하는 만큼 내어 놓기 박태식 신부 
2163호 2012.06.03  우리도 하나입니다. 김영환 신부 
2054호 2010.06.20  재즈와 클래식 이택면 신부 
2045호 2010.04.18  부활에 대한 체험과 믿음 김평겸 신부 
2676호 2021. 11. 7  다른 이들보다 더 하는 삶, 믿음을 더하는 삶을 위하여 file 장용진 신부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