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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3 19:23

[강론] 주님 승천 대축일 -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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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 승천 대축일(가해) 강론 – 천상적 삶   

  
 

주임신부  윤 용 선 바오로  2020. 5. 24, 범일성당


 

제가 사진 찍는 취미가 있는데요, 하나의 대상을 잘 찍으려면 그 대상의 주변을 이리 저리 돌아보아야만 좋은 부분과 각도가 보이게 됩니다. 제가 언젠가 소임을 지냈던 전임 본당으로서는 ‘용호성당’이 있고, 이 성당의 관할 구역에는 ‘오륙도’가 있습니다. 오륙도란, 말 그대로 물의 높낮이에 따라 섬이 다섯 개 또는 여섯 개로 보이기에 붙여진 이름이지요. 그런데 제가 이 오륙도를 사진에 담기 위해 그곳에 가서 섬의 숫자를 세어 보았는데, 다섯 개 또는 여섯 개로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유는 바로 제가 머무는 자리 때문이었습니다. 나의 자리에만 머물며 바라보면 모두를 볼 수 없습니다. 오륙도를 제대로 보려면 많이 움직여야 합니다. 오륙도를 중심으로 빙빙 돌아보아야만 섬이 몇 개나 되는 지, 어느 자리에서 아름답게 보이는 지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나아가, 가장 정확하게 오륙도 섬의 숫자 모두를 한 눈에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자리가 딱 한 군데 있긴 있습니다. 어디일까요? 그 자리는 바로 오륙도 바로 위의 하늘입니다. 그 하늘에서 내려 본다면 오륙도가 한 눈에 제대로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이곳 범일성당의 겉모습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이 아름다운 우리 범일성당의 전경을 제대로 보려면 어느 한쪽에서만 머물며 보아선 안 될 것입니다. 이리 저리 움직이며 살펴보아야 하고, 나아가 우리 성당의 하늘에서 내려 볼 수만 있다면 이 성당의 모습을 좀 더 잘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점들에서도, 우리는 배우는 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어떤 일이나 사람이나 사물 등을 볼 때에, ‘일부’만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일부가 전부는 아니건만, 일부를 가지고서 그것이 전부라고 판단해선 안 될 것입니다. 전부를 보려면 많이 움직여야 합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움직임이란 활동적 움직임이라기 보다는 생각의 움직임을 뜻하겠습니다. 즉 이 움직임은 많이 생각하는 움직임으로서, 구약성경 시편에 자주 보이는 표현을 빌린다면 '거듭 거듭 새로운 노래를 주님께 불러 드리는' 그런 살아있는 삶의 자세를 뜻합니다. 이런 삶의 자세가 '천상적 삶의 자세' 아니겠습니까? 그렇습니다. 높은 곳에로 올라가서 아래를 보아야만 전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오늘, 주님께서 이 지상의 사명을 모두 마치시고 하늘로 올라가심을 생각하는 “주님 승천 대축일”을 맞으며, ‘하늘’이라는 단어가 많이 떠오릅니다. 보다 정확히 표현한다면, 오늘 묵상하게 되는 이 ‘하늘’은 공간적 개념이 아닌 존재적 개념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 인간을 피하여 하늘이라는 공간에로 도망가신 것이 아닙니다. 오늘 복음에서도 보이듯,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고 말씀하신 주님께서는 ‘하늘’이라고 하는, 존재론적으로 ‘높은 차원’에서 더 멀리, 더 정확히, 더 많은 것을 지켜보고 계심을 우리가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하늘을 그리며 살고 계신 여러분, 오늘 대축일을 보내며 우리도 하늘처럼 ‘높은 차원’의 삶을 살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 각자가, 우리 본당 공동체가, 지금 머무는 자리에만 안주함이 아니라, 거듭 움직이는 그런 우리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움직이는 가운데 존재론적으로 하늘의 삶, 즉 ‘천상적 삶’을 지금 이 자리에서부터 직접 살아가야만, 우리는 ‘일부’가 아닌 ‘전부’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음을 기억하고픈, 그런 오늘, 주님 승천 대축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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