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제6주일(가해) 강론 – 협조자
주임신부 윤 용 선 바오로 2020. 5. 17, 범일성당
코로나 사태로 인하여 성당도 몇 달간 문을 닫았습니다. 적막하기조차 한 성당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저는 생각했습니다. ‘신자분들이 오시지 못하는 이 기간 동안, 성당을 다듬어야 할 부분들은 없는가?’,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런 생각으로 살펴보니, 손을 봐야할 부분들이 제법 많았습니다. 그런데 손을 보긴 봐야 하는데, 제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될 문제이지요. 그래서 본당 회장님과 의논하고 생각을 모으다 보니, 신자분들이 모이기 힘든 그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목협의회 회장단 분들께서 기꺼이 본당에 오시어 회의를 몇 번씩이나 하시고 의견을 모아 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우리 성당 마당도 아름답게 단장될 수 있었고, 그 외에도 여러 부분들이 다듬어 질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본당 발전을 위한 ‘협조자들’ 덕분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성당에 있다 보면 이것저것 손 볼 부분들이 있고 몇몇 사람들의 동참이 필요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때마다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시는 신자분들이 계십니다. 참 고마울 따름입니다. 각 자리에서 수고해 주시는 이분들 또한 본당 발전을 위한 ‘협조자’이십니다. 물론, 본당을 위해 조용히 기도로써 동참해 주시는 분들 또한 고마운 ‘협조자’가 아닐 수 없겠습니다. 이런 협조자들은 대체로 ‘일이 되도록 하는 자’이고 ‘알고서 표현하는 자’입니다.
그런데 가끔씩 어쩌다 보면, 우리 사회나 교회 안에서 협조자가 아닌 자들도 보입니다. 그들 중 일부를 칭하여 ‘무관심한 자’, ‘구경꾼’, ‘방관자’, ‘방해꾼’ 등으로 부르는 경우도 있지요. 이런 분들은 자칫 ‘일이 안 되도록 하는 자’이고 ‘모르고서 표현하는 자’로 머물 수도 있습니다. 이런 분들 또한 일이 되도록 하고 상황을 제대로 아는 그런 ‘협조자’로 바뀔 수 있다면 당연히 좋을 것입니다.
오늘 주일의 복음 말씀은 지난 주일 복음과 마찬가지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이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남기시는 ‘고별의 말씀’입니다. 지난 주일 말씀(요한 14,1-12)이 “떠나간다.”는 이별이 강조되었다면, 오늘의 말씀(요한 14,15-21)은 “돌아온다.”는 위로의 말씀이 강조되고 있고, 더불어 “다른 협조자(위로자, 변호자, 보호자)”(요한 14,16)를 보내 주실 것이라 약속하십니다. 물론 여러분께서 아시다시피, 여기에서 말하는 협조자, 즉 보호자는 바로 ‘성령’이십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은 보호자이신 그분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기 때문에 그분을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우리는 그분을 알고 있는데, 그것은 그분께서 우리와 함께 머무르시고 우리 안에 계시기 때문’(요한 14,17)이라 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협조자이신 성령께서는 우리와 함께 머무르시고 우리 안에 계십니다. 우리는 그분을 알아채어야만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우리가 협조자와 함께 하고 있으니, 우리 또한 협조자가 되어야 하리라고 봅니다.
협조자이신 성령과 함께 하시는 교형자매 여러분, 이 세상과 교회가 여러분 각자를 통해 ‘협조자’를 발견할 수 있길 바래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