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357호 2015.12.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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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염철호 신부 |
창세 2, 2은“하느님께서는 하시던 일을 이렛날에 다 이루셨다.”라고 말하는데, 하느님께서 6일 동안 창조하시고 이렛날은 쉬지 않으셨나요?
염철호 신부 / 부산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교수 jubo@catb.kr
창세 1장을 읽다보면 하느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실 때 엿새 동안 창조하시고, 이렛날은 쉬셨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창세 2, 2에서는 뜬금없이 하느님이 이렛날에 모든 것을 다 이루셨다고 말하니, 의문이 드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히브리어 성경 원문이‘이렛날에 다 이루셨다’고 전한다는 사실입니다. 이 점이 어색했던지 기원전 3세기경 히브리어 성경을 그리스말로 번역했던 분들이나 사마리아에서 사용되던 성경은 이 대목을‘엿새’로 바꾸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대부분의 학자들은‘이렛날’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하느님께서 엿새 동안 창조하신 일을 이렛날의 안식으로 모두 마무리하셨다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안식의 중요성이 부각됩니다. 안식, 곧 휴식이란 단지 엿새 동안 일하는 것을 멈추고 쉰다는 의미가 아니라, 엿새 동안의 일을 휴식, 곧 안식으로 완성한다는 의미입니다. 일을 멈추고 하느님께 모든 것을 내어 맡기며 하느님 안에서 쉼으로써, 자신이 하던 모든 일들을 마무리한다는 말입니다. 이것은 세상 종말에 가서 누리게 될 영원한 안식이 지니는 의미와 동일합니다. 종말은 단순히 세상의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시작하신 구원 역사의 완성이요, 창조 사업의 완성입니다. 우리 그리스도교는 유다교와 달리 안식일 다음날, 곧 주님께서 부활하신 주일을 안식의 날로 지내고 있습니다. 이날을 거룩하게 지내는 것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의무이자 권리입니다. 이런 권리와 의무는 나만의 것이 아니라, 나의 이웃, 더 나아가 온 세상이 함께 누리고 지켜야할 것들임을 기억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