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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4월 17일 (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 강론

by 율하성당홍보분과 posted Apr 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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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팔일 축제 금요일

 

오늘 복음에서 "애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는 예수님의 물음에 제자들은 "못 잡았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밤새도록 한 마리라도 잡아보려고 애썼지만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라는 제자들의 대답은 저에게도 참으로 현실감 있게 다가옵니다. 잔뜩 기대를 걸고, 먼 길을 달려 갔지만 한 마리도 못 잡았을 때의 그 허탈감은 정말 대단한 것입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허탈감, 허무감에 휩싸일 때가 있습니다. 왠지 모르게 슬프고, 힘이 빠지고, 부질없어 보이고 잠을 자고 일어나도 잿빛으로 물든 아침은 상쾌함보다는 더욱 더 깊은 어둠에 머물러 있는 듯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에서 제자들이 맞이했던 그 밤도 그러했습니다. 십자가 위에 예수님을 놓아두고 자신들의 일상으로 돌아와 고기잡이를 했지만 그들은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자신들의 본업으로 돌아왔건만 건져 올리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으니 허무함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 밤이 지나고 아침이 되었을 때 그들은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게 됩니다.

이 만남을 통해 허무로 꽉 채워져 있던 시간들이 한순간 의미와 기쁨, 행복으로 전환됩니다.

호숫가에 서 계시는 예수님께서는 오늘 우리에게도 말을 건네십니다.

 

와서 아침을 먹어라하고 말입니다.

 

2020417

율하성당 주임신부 최요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