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대 본당소식


   

 살아가면서 하느님이 우리에게 수많은 선물을 주셨습니다. 아마도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도 우리가 성장할 수 있도록 주님이 주신 시련의 선물로 생각한다면 우리의 희망은 더 커질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하느님이 인간에서 주신 가장 큰 선물은 우리의 생명입니다. 하느님이 생명의 주인이십니다. 이렇게 가장 큰 선물을 주신 하느님의 부르심에 마지막으로 응답하는 것이, 자신의 처지, 존재를 인정하는 죽음입니다.

 

  그런데 죽음을 통해서, 생명이라는 가장 큰 선물을 포기하는 것은 또 다른 선물을 받기 위함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물을 주시는 하느님의 절대성과 자비로우심을 믿어야 합니다. 오늘 성금요일, 예수님이 이를 보여주셨습니다.

 다 이루어졌다.” 이로서 예수님은 어둠의 세력과의 싸움에서 승리하셨습니다. 인간의 현실과 처지를 인정하는 행동, 즉 고개를 숙이면서 숨을 거두셨습니다. 모든 면에서 우리와 똑같은 유혹을 받으신, 그러나 죄는 짓지 않으신 대사제 (히브 4,15) 그리스도께서 고난을 겪으심으로 순종을 배우셨습니다.(5,9)

 

  법정스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죽음이 없다면 삶이 무의미합니다. 죽음이 싫다면 삶에 충실하십시오. 죽음으로 삶의 의미를 보여주십시오.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에로 나아감입니다. 그리고 주님이 주시는 더 큰 선물인 부활의 기쁨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이 비정상적인 상황은 우리의 처지와 존재를 인정하는 또 다른 죽음이었습니다. 이 죽음의 긴 터널을 이겨냅시다. 주님은 우리의 순종에 응답하시어 더 큰 선물을 분명히 주실 것입니다.  아멘.
                2020년 4월10일    성금요일에    이성주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