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누어요

2020 4 8일 성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부산교구 해양사목 담당신부 이균태 안드레아

미사지향

코로나 사태로 말미암아 고통당하고 있는 이들, 특히 금족령으로 말미암아 하루벌어 하루 먹고 살아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는 인도와 아프리카, 그리고 남미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뻗칠 수 있기를 기원하며 미사를 봉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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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몸값을 매길 수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받는 봉급이나 수당을 두고 자기의 몸값이라고 말한다. 누구는 연봉이 몇 억이더라, 누구는 이번에 주식해서 몇십억을 벌었다더라, 이런 말들이 오가면서 그 사람의 몸값을 매긴다. 이런 식으로 계산해보면, 나의 몸값은 대략 얼마일까? 사람마다 다 다를 것이고, 돈 안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나 가사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한숨부터 나올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이라는 것이 대다수의 가치를 재는 척도로 작용한다. 값이 얼마냐에 따라서 그 물건의 가치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인심, 인정도 돈에 의해 가치가 매겨진다. 이런 사회에서 2천년 전 은전 30닢밖에 되지 않는 몸값에 팔린 예수는 그 가치가 얼마나 될까? 은전 1닢이 대략 은 2돈 정도의 무게라고 하면, 60돈의 가격이라고 해봐야 얼마 되지도 않는다. 어제 은 시세가 1돈에 2475원이었다. 15만원도 채 안되는 148500원이다.

           방금 우리는 은전 30 닢에 자기 스승을 팔아 먹은 유다의 이야기를 들었다. 3년간 예수를 따라 다니면서 예수의 한 없는 지혜와 수많은 기적들을 보아 왔던 유다는 계산했을 것이다. 스승을 팔아먹더라도, 스승은 지금까지 수많은 신적인 권능을 드러냈던 것처럼, 자기의 능력으로 자기를 죽이려는 것들로부터 벗어날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게 되면, 자기는 큰 수고를 하지 않더라도 은전 서른 닢이 거저 생기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예수는 유다의 계산을 훌쩍 넘어 있었다. 예수는 십자가의 죽음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런 스승의 반응에 유다는 놀라 자빠지고, 아연실색하며, 마침내 자살까지 하게 되었다. 이 사건은 금전을 사랑하는 욕심이 얼마나 무서운 죄까지 범하는지는 보여주는 최악의 실례가 되어 버렸다.

           어제, 오늘의 복음은 유다를 고발하고 그의 악행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일뿐 아니라,  비참한 말로까지도 상세하게 알려준다. 유다의 배신과 제자들의 배반을 복음이 비교적 상세하게 다루는 것은 그 제자들의 모습이 비단 제자들만 그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도 그러한 배신과 배반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음을 알려준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베드로도 될 수 있고, 유다도 될 수 있는 우리다. 큰소리 떵떵 쳐놓고, 실제로는 뒷꽁무니로 빠져버린 베드로, 기대와 희망을 저버렸다고, 눈길 돌리고, 마음 접어버리며 급기야 사랑했던 사람마저도 배신하고, 그를 죽음의 길로 내쳐버리는 유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관심도 없이 그저 방관자로만 머물러 있다가 자기에게 손해가 끼칠 징조가 보이면, 언제라도 도망가 버리는 나머지 제자들, 그들의 모습들이 바로 우리들의 내면에 있는 우리들의 또다른 모습이다.

           주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 가셨을 때, 그 십자가 아래를 지키던 이들은 똑똑하고, 빠릿빠릿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큰소리 뻥뻥 쳐대던 사람들도 아니었다. 어중이 떠중이들은 더더욱 아니었다. 그들은 겸손한 이들이었다. 예수의 어머니와 또 다른 마리아, 그리고 예수의 사랑 받던 제자뿐이었다. 십자가의 길에서 내가 만약 거기 예루살렘에 있었다면, 나는 어디에 있을까 ? 예수를 조롱하던 로마 군인들 틈에 ? 예수에게 침을 뱉고, 욕하고 손가락질하던 군중 틈에 ? 십자가를 지고 가던 피 흘리는 예수를 보며 눈물 짓는 여인들 틈에 ? 예수의 얼굴을 닦아주던 베로니카 옆에 ? 예수와 함께 끝까지 십자가의 길을 걸어갔던 그 겸손한 이들 옆에 ? 나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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