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예수님이 당신의 죽음을 앞두고 제자들과 함께 하신 최후의 만찬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이 최후의 만찬은 제자들과의 이별을 준비하는 식사이면서 동시에 당신이 살아 계시는 동안 말씀하시고 행동으로 드러내신 바를 빵과 포도주 안에 요약하여 제자들에게 남기시는 기회였습니다. 오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 최후 만찬의 핵심을 이루는 말씀과 행위를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잡히시던 날 밤에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이는 너희를 위한 내 몸이다??, ??이 잔은 내 피로 맺는 새 계약이다.’ 어찌보면 너무나 단순하고 일상적인 이 식사를 통해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하느님 나라를 위해 스스로를 내어주는 사람이 되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세족례를 행하십니다.
흙먼지가 묻어 그야말로 꼬질꼬질한 제자들의 발을 씻겨주시면서 예수님께서는 분한 마음, 원통한 마음, 억울하고 괘씸한 마음이 아니라 제자들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마음이었을 겁니다. 복음서에서 누차 얘기하듯 제자들이 예수님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최후의 만찬 그 순간까지도 예수님의 마음과 제자들의 마음이 달랐다 하더라도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저 함께했던 3년이라는 그 시간이 그립고 그 안에서 벌어졌던 숱한 일들이 아버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일이었기에 예수님께서는 그야말로 짠한 마음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당장은 모른다고 배반하고 도망은 갈지언정 때가 되면 당신과 같은 길을 이 사람들도 걸을 것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을 겁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면서 제자들이 모르는 눈물도 흘렸을 겁니다.
예수님의 눈물은 늘 그렇듯 사랑하는 마음이었습니다.
오늘 최후의 만찬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예수님의 눈물을 기억하는 자리입니다.
같이 한번 식사하시지요?라는 말을 우리는 자주 주고 받습니다. 어느 자리든, 누구와 무엇을 먹는 서로 주고 받아야 하는 접대의 자리가 아니라 상호간의 존중과 사랑이 담긴 자리가 된다면 우리는 2000년전 예수님께서 손수 준비하신 그 최후의 만찬에 초대된 예수님의 제자가 될 것입니다.
2020년 4월 9일
율하성당 주임신부 최요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