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삼일의 시작 ‘주님 만찬’ 성 목요일입니다.
주님 만찬을 기억하기 위해 기원을 통해 뜻을 새겨보아야 합니다.
바로 신명기 8장 10절의 계명에 따라
유대인들이 바치는 기도문인 유대교 식사 후 기도(비르캇 하마존)입니다.
‘온 누리의 우리 주 하느님, 찬미 받으소서. 주님께서는 온 세상을 좋은 것과 복락과 자비로 배불리시나이다. 온 누리를 먹이시는 주님 찬미 받으소서.’
‘우리 주 하느님, 당신께 감사드리나이다. 주님께서는 탐스러운 땅을 유산으로 주시어, 저희가 그 소출을 먹고 그 좋은 것으로 배부르게 하셨나이다. 우리 주 하느님, 땅과 음식을 통하여 찬미 받으소서.’
‘당신 백성 이스라엘의 주님이시요 당신 도성 예루살렘의 주님이시며 당신 영광과 당신 제단과 당신 성소의 어좌인 시온의 주 우리 하느님, 자비를 베푸소서. 예루살렘을 세우시는 주님, 찬미 받으소서.’
핵심은 찬미(benedictio)입니다.
동시에 이 찬미를 통해 우리 교회는 감사(eucharistia)의 개념을 포괄함으로써
성찬례를 지금까지 거행하고 있습니다.
특별히 지금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성찬례의 모습은
찬미와 감사를 드리는 ‘그분의 모습’과 ‘우리의 모습’입니다.
완전할 것만 같은 ‘그분의 모습’은
불완전한 모습으로 다가오십니다.
우리에게 오실 때부터 인간이어야만 하는 불완전함
죄인들과 약하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시는 불완전함
그래서 온전한 형태가 아니라 쪼개어져 우리에게 보여지고 주어지는 불완전함
우리가 성찬례를 통해 마주하는 그분의 모습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모습’은 성찬례를 통해 파견된 이로써
불완전함의 그 성사적 은총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완전하지 않은 우리의 실존을 그분께 맡기며
서로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그 완전함을 살아내야 합니다.
성체를 직접 영할 수 없는 불완전한 시국입니다.
성체를 받아 모셨던, 그 의미를 기억하는 우리라고 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찬미와 감사를 드려야 합니다.
오늘 전례에서 발씻김 예식은 그래서
불완전함을 하느님께 고백하는 예식이 될 것입니다.
서로에게 낮은 모습으로 다가가 불완전함을 어루만져주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주님, 주님께서 제 발을 씻으시렵니까?”(요한 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