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 예수님!
우정성당 가족 여러분, 모두 안녕하신지요?
오늘은 사순 제5주일입니다. 이제 다음 주면 성지주일과 성주간으로 들어가게 되네요. 매일매일 기도를 통하여 주님을 만나시겠지만 공동체 미사와 성체를 모시고 싶은 마음들이 간절하시지요? 사순시기 피정 우리 모두 찐하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4월 6일 성주간 월요일부터 미사를 재개하겠다는 부산교구청의 지침이 내려져 있는 터이기에 다른 상황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면서 조금만 참고 기다리시며, 더 열심히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지난 3월 28일 새벽 2시(한국시각)으로 로마 바티칸에서 교황님의 인류를 위한 특별 기도와 우르비 엣 오르비(Urbi et Orbi, 도시와 세계, 로마와 온 세계를 뜻합니다.) 장엄축복이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교황님의 특별 담화가 마음에 너무 와 닿았습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하고자 전문을 보내 드리니 읽어보시고 한 마음으로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복음은 마르코 4장 35절부터 41절까지의 말씀입니다.(잔잔해진 풍랑)
<교황님 특별 담화 전문 (1)>
"저녁이 되었다." 이렇게 우리가 들은 복음은 시작됩니다. 몇 주 전부터 (이 세상은) 저녁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짙은 어둠이 우리 광장과 길거리와 도시로 밀려들었고 우리의 생활은 벙어리가 되어버린 침묵과 황폐한 허무가 사로잡아 버렸습니다.
그것은 스쳐간 모든 곳을 마비시켜 버립니다. 이 어둠은 공기 중에 느껴지고 몸짓으로 알 수 있고 눈길로 말을 합니다. 우리는 두려움에 빠져서 헤매고 있습니다. 복음 속에서 제자들이 예기치 못한 심한 돌풍이 닥쳐오자 놀라서 두려워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는 같은 배를 타고 있고 모두가 연약하고 길을 잃은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동시에 우리 모두가 같이 노를 젓고 모두가 서로 격려가 필요한 가난하고 소중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배위에 우리 모두가 함께 있습니다. 근심에 싸여서 "죽게 되었구나!" 하고 말하는 제자들처럼 우리도 혼자서 나아갈 수 없다는 것, 오로지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이 이야기 속에서 우리 자신을 찾기는 쉽습니다. 정말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예수님의 태도를 이해하는 것이지요. 제자들은 당연히 긴장하며 절망하지만 그분은 배의 제일 밑바닥에 누워 계십니다. 제일 먼저 물이 차는 곳입니다. 무엇을 하고 계십니까? 대 혼돈에도 불구하고 고요히 아버지를 신뢰하고 주무십니다. 이것은 복음에서 예수님이 주무시는 유일한 대목입니다. 잠이 깨신 뒤에 바람과 물결을 멎게 하시고는 제자들에게 꾸짖는 목소리로 말하십니다.
"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이 대목을 이해하도록 해봅시다. 제자들의 작은 믿음은 예수님의 신뢰와 반대인데 그것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요? 그들은 주님을 믿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실재로 그분을 부릅니다. 그런데 어떻게 부르는지 봅시다. "스승님 우리가 죽게 되었는데도 걱정하지 않으십니까? 상관없으십니까?"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자기들에게 관심이 없으시다고 돌보지 않으신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사이에서 가족들 안에서 가장 마음 가슴 아픈 것은 "당신은 나와 상관없어요." 하는 말을 듣는 순간입니다. 이것은 가슴에 상처를 주고 돌풍이 일게 만드는 일입니다. 돌풍은 우리의 취약점을 가리던 가면을 벗겨버리고 우리가 우리 회사, 우리의 계획, 우리 습관과 소유를 이루어 주었던 그 거짓되고 과장된 자신감의 민낯을 드러내게 합니다. 우리가 어떻게 우리 삶과 공동체에 양분을 주고 지탱하고 힘을 주는 것들을 잠들어 버리게 놓아두었었는지 보여줍니다.
돌풍은 우리들이 영혼을 살찌우기를 잊어버리게 하고 겉포장하려던 온갖 시도들을 드러내 보여 줍니다. 영혼과 모든 것을 무감각하게 만들던 것들을 보여주고, 우리의 근원에 호소하고 우리 선조들의 기억을 상기시킵니다. 사실은 무능한, 우리를 구원할 것처럼 보여 주었던 겉포장과 습관들, 우리가 역경을 감당하기 위해 필요한 면역성조차 우리에게서 없애 버렸던 습관들을 뒤집어 놓았습니다. 돌풍이 부니 언제나 우리 자아의 가면을 씌우던 상투적인 화장이 지워집니다. 자기 자신만을 걱정하는 우리의 자아이지요. 그리고 한 번 더 빠져나갈 수 없는 그 복된 공동의 소속감이, 형제로서의 소속감이 본 모습을 드러냅니다.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주님, 오늘 저녁 당신의 말씀은 저희를 흔들고 저희 모두에게 다가옵니다. 당신께서는 저희들이 당신보다 더 사랑했던 이 세상 안에서, 저희가 강하고 마치 불가능이 없다는 듯 전 속력으로 달렸었다는 것을 일깨워 주셨습니다.이익을 탐해가며 저희는 만사가 자기를 삼켜 버리게, 서두르다가 방향이 틀어지게 그냥 두었습니다. 당신께서 경고하실 때 저희는 멈추지 않았고 전쟁과 세계적 불의 앞에서도 정신을 차리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가난한 이들과, 중병이든 우리 지구의 외침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저희는 이 병든 세상에서 언제나 건강하게 살 거라 생각하면서 무심하게 달렸습니다. 이제 파도치는 바다에게, 당신께 간절히 청합니다.
"잠을 깨십시오, 주님!"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주님, 저희에게 믿음을 가지라고 호소하시고 야단치십시오. 당신이 계신다는 것만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당신께로 가서 의지하도록 저희가 믿게 해주십시오.
이 사순 시기에 "회개하여라, 온 마음을 다하여 나에게 돌아오너라."는 당신의 긴급한 호소가 울려 퍼집니다. 이 시험의 시간을 새로운 선택의 시간으로 받아들이도록 저희를 부르십시오. 당신 심판의 시간이 아니라 저희가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지나가는지 선택하고,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는 것을 가려내는 분별의 시간입니다. 이것은 주님, 당신을 향한 그리고 남들을 향한 삶의 투쟁을 다시 시작하는 시간입니다. 저희는 두려움 속에서 목숨을 바쳐 행동한 수많은 길벗들의 모범을 보고 있습니다. 그것은 용감하고 너그러운 헌신 속에 부어주고 빚어주신 성령의 활동력입니다. 그것은 우리의 생명이 대개는 잊혀진 평범한 사람들 헌신으으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보여줍니다. 평범하지만 우리의 삶을 지탱해주는 사람들을 보여주고 가치를 알게 해주는 성령께서 주신 생명의 힘입니다. 그들은 신문 머릿기사나, 잡지에, 최신 쇼에 거창한 포토라인에도 나오지 않지만 분명히 그분들은 우리 역사의 결정적인 사건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의사들, 간호사들, 마트의 직원들, 미화원들, 간병인들, 운송인들, 경찰들, 자원 봉사자들, 사제들, 수도자들 그리고 많은 다른 이들... 아무도 혼자서 자신을 살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많은 이들입니다. 우리 백성들의 진정한 발전을 가늠할 수 있는 고통 앞에서 저희는 사제이신 예수님의 기도를 발견하고 체험합니다.
“저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주십시오.” 얼마나 많은 이들이 매일 매일 인내심을 발휘하면서 공포심 대신에 공동책임의 씨를 뿌리려고 애쓰면서 희망을 퍼트리고 있는지요!
얼마나 많은 아버지, 어머니, 할아버지, 할머니, 선생님들이 우리 자녀들에게 일상의 작은 몸짓으로 어떻게 위기를 감당하고 헤쳐나는지를 습관을 고치고, 눈길을 들고, 기도를 재촉하면서 보여주고 있는지요!
얼마나 많은 이들이 기도하는지요! 모든 이들의 유익을 위해 기도하고 봉헌하고 전구하는지요! 기도와 조용한 봉사는 우리가 승리하도록 돕는 무기들입니다.
"왜 겁을 내느냐,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믿음의 시작은 우리가 구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는 일입니다. 우리는 혼자서 충분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혼자서는 파산하고 맙니다. 옛날에 뱃사람들에게 별이 필요했던 것처럼 우리는 주님이 필요합니다. 우리 인생의 배에 주님을 모십시다. 우리 두려움을 주님께 넘겨드려 그분께서 두려움을 이기시게 합시다. 제자들처럼 우리는 그분과 함께 배에 있으면 난파하지 않는다는 것을 체험하게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힘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 추악한 일들조차 선으로 바꾸시는 것입니다. 그분께서는 우리의 돌풍 속에 고요를 가져다주십니다. 하느님과 함께라면 생명은 결코 죽지 않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를 부르시고 우리의 돌풍 가운데서 확고함과 도움과 의미를 줄 수 있는 연대와 희망을 일깨우고 가동하도록 초대하십니다. 모든 것이 난파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시간에 말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들의 파스카 신앙을 일깨우고 살려내기 위해서 잠을 깨십니다. 우리에게는 닻이 있습니다. 그분의 십자가 안에서 우리는 구원 되었습니다. 우리는 키(배의 방향을 정하는 키)도 있습니다. 그분의 십자가 안에서 우리는 속량 되었습니다.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습니다. 그분의 십자가 안에서 우리는 나았고 그분의 구원하시는 사랑에서 그 무엇도 그 누구도 우리를 떼어내지 못하게 그분 품에 안겼습니다. 애정과 만남이 모자람을 고통스러워하며 격리된 채 많은 것이 부족함을 체험하면서 한 번 더 우리는 구원하시는 말씀의 선포를, 그분은 부활하셨고 우리 곁에 살아계신다는 말씀의 선포를 들읍시다. 주님은 십자가 위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생명을 다시 찾으라고 우리에게 호소하는 이들을 바라보라고, 우리 안에 깃든 은총을 깨닫고 활용하라고 우리를 부르십니다. 꺼져가는 불꽃을 끄지 맙시다. 불꽃은 결코 병들지 않으니 다시 희망의 불을 켜도록 놓아둡시다. 그분의 십자가를 포옹한다는 말은 성령께서만 일으켜주실 수 있는 창의성에 자리를 내어 주기 위해서 잠시 동안 전지전능함과 소유에 대한 우리의 걱정을 접어두고 온갖 현재의 역경을 포옹하는 용기를 찾는다는 뜻입니다. 그것은 모두가 불리움 받았음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열어서 새로운 형태의 환대와 형제애와 연대를 허용하는 용기를 찾는다는 뜻입니다. 십자가 안에서 우리는 구원받았습니다.
희망을 품기 위해서 십자가가 우리 자신을 보호하고 남들을 보호하는데 도움을 주는 가능한 방법과 길들을 강화하고 지원하게 하기 위해서, 희망을 품에 안기 위해서 주님을 품에 안읍시다. 이것이 바로 두려움으로부터 해방되고 희망을 주는 믿음의 힘입니다.
"왜 겁을 내느냐? 아직도 믿음이 없느냐?"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베드로의 바위 같은 믿음을 말해주는 여기 이곳에서 오늘 저녁 저는 성모님께, 당신을 따르는 백성들의 위로이시며 이 돌풍 속 바다의 별이신 성모님의 전구로 주님께 여러분 모두를 맡겨드리고자 합니다. 로마와 온 세상을 품는 이 기둥들로부터 위로의 포옹처럼 하느님의 축복이 여러분에게 내리시기를 바랍니다.
주님, 이 세상을 축복하시고 육신의 건강을 주시며 마음의 위안을 주십시오. 저희에게 겁내지 말라 하셨지만 저희는 믿음이 약하고 저희는 무섭습니다. 그러나 주님, 당신께서는 저희를 돌풍의 회오리 속에 버려두지 마십시오. 다시 한 번 "너희는 두려워하지 말라." 하고 말씀해주십시오. 그러면 저희는 베드로와 함께 말하겠습니다.
“주님, 당신께서 저희를 돌보시니 온갖 근심 걱정을 당신께 맡깁니다.”
아멘.
우정성당 가족 여러분들의 건강과 평안을 위하여 매일 기도드립니다.
우정성당 주임 백성환 안드레아 신부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