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본격적인 확산이 시작되던 때에, 우리 본당에도 확진환자가 생겼습니다. 그 때문에 같은 시간에 미사에 참례한 200명이 넘는 분들이 자가격리를 해야 했고, 본당신자라는 이유만으로 – 몇몇 분들의 표현에 따르면 “바이러스 취급을 받으며” - 주위의 시선에 움츠러드는 힘든 시기를 겪었습니다.
사태 초기에 무엇보다도 감염 확산을 막는 것이 중요했기 때문에, 방역당국의 조치를 충실히 따를 필요가 있었습니다. 성당을 봉쇄하고 자가격리 대상자들에 대한 통보가 이루어지면서 안타까운 일들도 생겼습니다.
(코로나19 때문이 아닌) 두 분의 임종소식을 들었지만 장례식을 해 드리지 못했고, 요양병원 출입금지로 병자성사를 드리지 못한 분도 계십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보건소에서 가지 못하게 한다는 어느 따님의 안타까운 사정도 들려왔고, 가게 문을 닫거나 직장에 가지 못하는 고충을 본당 사무실에 토로하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가슴 아픈 것은 확진환자 할머니의 상황입니다. 개인정보보호 때문에 본당이 공식적으로 누구라 밝히고 기도를 청하지도 못한 이 할머니는, 수녀님과 통화할 때마다 미안하다는 말씀을 되풀이하셨습니다. 아직 음성판정이 나오지 않아 38일째 부산대병원에 계시는데, 그 사이에 대구에 사는 큰 딸은 코로나19로 사망했고, 부산의 다른 병원에 있는 작은 딸은 언니를 잃은 슬픔과 주위 사람들에게 병을 퍼뜨렸다는 자책감에 심각한 공황상태라고 합니다. 이 가여운 할머니는 큰 딸의 소식을 알고 계시기는 한 것일까요? 차마 여쭈어 볼 수가 없습니다.
함께 마음 아파하는 것 밖에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지금, 이 가족이 앞으로 정상적인 삶으로 돌아오도록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요? 무엇보다도 원치 않게 걸린 병 때문에 미안해하지 않도록, 자책감을 가지지 않고 본당 공동체로 돌아올 수 있도록 섬세한 돌봄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타인을 향해 든 돌을 거두어라! 오늘 복음 말씀이 새삼 마음 깊이 다가옵니다.
오늘의 기도 지향교황님을 위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