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사순 4주간 화요일
오늘 복음의 무대가 되는 벳자타 연못에는 민간 전승이 있습니다. 그 전승에 따르면 벳자타 못에는 루르드의 기적수처럼 치유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가끔 연못에 새로운 물이 들어올 때마다 물이 출렁이곤 했는데, 이 출렁이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천사들이 물을 휘저어 주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이 물이 출렁일 때 제일 먼저 들어가는 사람은 병을 고칠 수 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오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많은 병자들이 연못 주변에 모여 연못의 물이 출렁이기만을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거동할 수 없었던 사람은 어떻겠습니까? 물이 출렁일 때 단 한 사람만이 치유를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누가 주변에 있는 사람을 신경이나 썼겠습니까? 제 코가 석 자라고 다른 사람을 전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복음 속 병자는 “선생님, 물이 출렁거릴 때에 저를 못 속에 넣어줄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가는 동안에 다른 이가 저보다 먼저 내려갑니다.”라고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이 사람의 아픔, 즉 신체적인 아픔뿐만이 아니라 돌볼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정신적 아픔까지도 보시고 "낫기를 원하느냐"고 물어보았던 것입니다. 하지만 이 사람은 본질을 잊어버립니다. 낫는 것보다 먼저 연못에 들어가는 것이 더 절실했다고나 할까요.
벳자타 연못의 병자처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예수님께서는 말씀을 통해 "낫기를 원하느냐"고 말씀하십니다. 즉, 우리의 육체를 황폐하게 만드는 각종 죄악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느냐고 말씀하십니다. 예수님의 이 질문에 우리 역시 벳자타 연못의 병자처럼 대답하지는 않는지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예 낫기를 원합니다’ 라는 이 한마디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겐 필요합니다.
예수님은 우리의 상식, 이성, 철학, 모든 것을 뛰어 넘어시는 분, 바로 구세주라는 사실을 기억하면서 오늘 하루도 은혜로운 시간 되시기 바랍니다.
2020년 3월 24일
율하성당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