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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 4 주일

 즐거워 하여라, 예루살렘아. 그를 사랑하는 이들아, 모두 모여라.

슬퍼하던 이들아,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위로의 젖을 먹고 기뻐 뛰리라

사순 제 4 주일. 입당송에서 노래한 이사야서의 내용입니다.

사순시기에 우리는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절제와 극기의 시간을 보냅니다. 우리가 회개의 삶을 위한 절제와 극기의 시간이 지향하는 최종적인 목적은 부활이기에, 오늘은 그 부활의 기쁨을 미리 맛본다는 의미로 기쁨의 주일, 기쁨을 표현하기 위해 사제는 장밋빛 분홍색 제의를 입기에 장미주일로도 지냅니다. 희생과 단식을 하며 죄의 뉘우침과 함께 회개의 삶을 보내는 우리에게 부활의 영광을 미리 알려주며 격려하는 의미 있는 이 날, 독서와 복음은 세상의 빛이라는 주제를 우리에게 전해줍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르는 이는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요한 8,12) 라고 말씀하신 예수님께서는 오늘 태어나면서부터 눈 먼 사람을 고쳐주시는 기적을 베푸시는 과정이 길게 전해집니다.

먼저 눈먼 사람을 만나자 제자들은 스승님, 누가 죄를 지었기에 저이가 눈먼 사람으로 태어났습니까?” 라고 묻습니다.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은 인간의 모든 불행은 본인이나 부모의 죄 때문에 하느님이 주신 벌이라고 믿었고, 신체적 결함을 안고 태어나는 것이나 살면서 병을 얻는 것은 하느님께 죄를 지은 조상 때문이거나 살아가면서 저지르는 자신의 잘못 때문이라는 생각했습니다. 그렇기에 병자, 장애인 등을 죄인으로 여기는 것이 당시의 일반적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그 병자이자 죄인인 눈먼 이를 고쳐주시자 바리사이들은 예수님께서 안식일 규정을 어기신 것을 빌미로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고, 더 나아가 눈먼 사람의 부모까지 불러 진짜 그가 보지 못했는지, 태어날 때부터 장님이었는지, 그리고 정말 그가 그들의 아들이 맞는지 집요하게 묻습니다. 바리사이들은 그들이 믿고 가르쳤던 사실을 증명하고 지켜내기 위해서 예수님께서 행하신 일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관심사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눈먼 사람의 죄, 바리사이들의 잘못을 지적하기 위함도 아니고, 병자를 치유하는 예수님의 능력을 드러내기 위함도 아닙니다. 예수님은 그 누구의 죄가 아니라 하느님의 일이 드러나려고 그리된 것이다고 하시며 우리를 하느님께로 이끌어 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치유하시는 분, 용서하시어 다시 받아들이고 품어주시는 분임을 보여주십니다. 그렇기에 예수님을 통해 눈을 뜨게 된 사람은 그분이 제 눈을 뜨게 해 주셨는데 여러분은 그분이 어디에서 오셨는지 모르신다니, 그것은 정말 놀라운 일입니다라고 합니다. 자신이 만난 분, 자신의 눈을 뜨게 해 주신 분이 누구이신지를 분명히 알고 있기에 주님, 저는 믿습니다 하고 고백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요한복음이 전하는 예수님은 이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하느님께로부터 파견되어 오신 분입니다. 세상의 죄를 없애러 오신 어린양이시며, 어두운 세상의 빛으로 오신 분이시며, 아버지 하느님의 뜻을 이루려 오신 분이십니다. 우리가 신앙의 눈, 영적인 눈을 뜨기 위한 시작은 예수님을 온전히 바라보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사순 시기는 회개의 시간, 우리들의 삶의 기준을 나에게서 하느님께로 옮겨가는 시간입니다. 우리는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살펴보아야만 합니다. 내가 무엇에 더 관심이 있느냐가 결국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를 결정하게 됩니다. 하느님의 기준으로, 예수님의 마음으로 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은총 청하고, 세상의 빛이신 예수님께서 어둠에서 빛으로 우리를 이끌어 주심을 믿으며 남은 사순 시기동안 노력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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