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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3월 17일 (사순 제3주일 화요일) 강론

by 율하성당홍보분과 posted Mar 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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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사순 3주간 화요일

용서에 대해 강론 중이시던 신부님께서 신자들을 대상으로 질문을 한 가지 던졌습니다.“지금 이 순간 미워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으신 분 손 들어보세요!” 적어도 두세 명은 손들겠지 했었는데, 단 한 명도 손드는 신자가 없었습니다. 

 “옆 사람 눈치 보지 마시고 소신껏 손들어보세요.” 그래도 감감무소식이었습니다. 적막감이 흐르던 순간 아주 연로하신 할아버님 한 분이 손을 드셨습니다. 너무나 기뻤던 신부님께서 할아버님을 앞으로 모셨습니다.

  “어르신, 정말 훌륭하십니다. 얼마나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셨으면, 또 얼마나 열심히 용서의 삶을 실천하셨으면 단 한 명도 미워하는 사람이 없으십니까? 우리 신자들을 위해서 비결을 좀 말씀해주십시오.”

그 순간 할아버님은 역사에 길이 남을 ‘명언’ 한마디를 던지셨습니다.
“신부님, 훌륭할 것도 없습니다. 보시다시피 제가 세상을 오래 살았습니다. 올해 제 나이가 90입니다. 원래 저도 미운 사람들 엄청 많았는데, 오래 살다 보니 그 사람들 다 죽었습니다. 용서를 하려 해도 용서할 사람이 있어야지요.”

오늘 복음의 주제는 용서입니다. 정말 중요한 일이지만 정말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한번 두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고 당부하십니다. 
일흔일곱 번이라도 용서하라는 말씀은 용서할까 말까 고민할 것이 아니라 무조건 용서하라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할 때, 그 순간부터 특별한 한 가지 현상이 우리의 신심을 뒤흔듭니다. 누군가가 내 안에 들어와 살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누군가가 내 삶 안에 끼어 들어와 내 삶을 좌지우지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늘 삶이 부자연스럽습니다. 삶이 부담스럽고 피곤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제대로 된 신앙생활도 기대하기 힘듭니다. 하느님 체험도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결국 용서만이 우리가 살길입니다. 용서만이 참된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비결임을 생각하시며 오늘도 주님 안에서 은혜로운 하루가 되시기 바랍니다. 


2020. 3. 17.
율하성당 주임신부 최요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