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주보

2020년 3월 16일 (사순 제3주일 월요일) 강론

by 율하성당홍보분과 posted Mar 16, 202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2020년 사순 3주간 월요일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당신이 자라난 나자렛으로 가셔서 안식일에 회당에 들어가 가르치시는 대목입니다. 그리고 오늘 1독서인 (2열왕 5, 1 - 15ㄷ)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엘리야 예언자의 제자인 엘리사가 이방인 나병 환자 나아만을 고쳐준 일을 전하고 있습니다.

나자렛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신 예수님은 서른 살이 되었을 때 고향을 떠나 본격적으로 복음 선포의 삶을 시작하십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복음은 유대인만의 구원이 아니라 모든 이의 구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방인의 구원에 관한 말씀이 독서와 복음에서 언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어린 시절 예수님을 보며 살아왔던 나자렛 사람들에게 예수님의 이 모습은 다소 황당하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같은 동네에서 살았던 아주 평범한 청년이 감히 하느님의 이름으로 말씀을 전하고 가르치고 있으니 맘에 들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 사실만 해도 황당하고 어처구니가 없는데 이방인 나병 환자를 고쳐준 얘기까지 합니다. 자신들만이 선택된 백성이라 생각하며 살았던 유대인들에게 감히 이방인이 구원받고 치유 받는 얘기를 하다니 사람들은 도저히 이를 받아들일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마음은 그들의 이성을 마비시켜 예수님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갑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만나는 이웃을 통해 예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 하나에게 해준 것이 곧 나에게 해 준 것이다.”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한다면 나의 선입견이나 편견으로 이웃을 모자라는 사람, 시시한 사람, 나보다 못한 사람으로 여긴다면 우리는 오늘 복음에 등장한 회당에 모인 군중들이 범하는 어리석음을 범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나의 편협된 생각과 행동은 오늘 회당에서 예수님을 동네 밖으로 끌어내 벼랑 끝으로 밀어내는 군중의 모습과 다를 바 없을 것입니다. 개인이 아니라 공동체 모두의 안녕을 위해 자신의 삶의 테두리를 돌아봐야 하는 요즘입니다. 

새롭게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우리의 시야를 좀 더 넓게 바라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 주님 사랑이 가득 담긴 은혜로운 하루가 되시기 바랍니다. 

2020 3. 16
율하성당 주임신부 최요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