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시피 우리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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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론 듣기 : https://youtu.be/0yyPpM5v4Ek



 
사순절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복음의 내용은 예수님의 '수난 예고'에 대한 부분입니다. 주님 수난의 이야기가 등장하면 우리는 십자가를 떠올리고 예수님의 마음이 무거우셨으리라 생각하게 되지만 당시 제자들은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그들도 마음이 좋지 않긴 했지만 사실 그들은 짐작하지 못했고 그래서 그 느낌이 이미 그 사실을 아는 우리에 비해 가벼워 보입니다. 주님이 이런 말씀을 하셔도 때때로 그들은 누가 더 높은가를 두고 다툴만큼 말입니다. 

 
오늘 복음도 예수님의 수난 예고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예수님께 가장 가까웠던 두 형제 제자들의 어머니가 등장하여 실망스런 모습을 보입니다. 그 어머니 뒤에서 자신의 자리를 궁금해하는 어리석은 제자의 모습도 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을 불편하게 생각하는 다른 제자들도 보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거기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 합니다. 우리는 사순절 안에 있고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그런 복잡하고 부산스러운 우리의 모습이 아니라 그런 중에도 당신의 길을 가시는 예수님에 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수난 예고를 여는 말씀이 오늘 가장 가슴에 와 닿습니다. 

 
"보다시피 우리는 예루살렘으로 올라가고 있다."

 
예루살렘은 하느님의 백성 이스라엘의 중심이었습니다. 그곳에는 성전이 있었고 모든 이스라엘 사람들은 모두 예루살렘을 순례해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 복음 속 등장하는 예루살렘은 다른 뜻을 가집니다. 곧 예수님이 돌아가신 곳입니다. 예수님은 그곳에서 벌어질 일을 아시면서도 그곳으로 가시려 하십니다. 

 
그곳에서 예수님은 당신이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 넘겨질 것이라 말씀하시고, 결국 다른 민족의 손에 넘겨 죽게 되리라 하십니다. 하느님이 선택하시어 구원의 표로 세우신 백성이 하느님의 아들을 몰아 세우고 다른 민족에게 넘겨 죽게 하리라는 것은 하느님께 완전히 등돌린 자신들의 민낯을 드러내게 되리라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그 모든 과정을 이미 알고 있고, 그래서 십자가와 가시관, 채찍질과 못박음을 분명히 기억합니다. 그런데도 예수님은 그 길을 가려 하십니다. 제자들의 어이 없는 모습들이 이 말씀을 또 다시 가려버렸지만 그럼에도 제자들과 예루살렘으로 들어가시는 예수님은 당신이 하실 일이 그 죽음에도 불구하고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십니다. 
 
우리는 우리가 하느님의 목숨을 걸만큼 사랑스러운 존재라고 스스로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모두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혹은 사랑해야 한다고들 말하지만 그 목소리나 노력이 강한 만큼 스스로 불만족스럽거나 자신을 위해 애를 쓰며 오직 자신만 바라보는 모습을 보일 뿐입니다. 하느님이 우리를 위해 걸으셨던 그 강한 사랑의 의미가 죽음으로도 꺽이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그분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보다 필요한 듯 보이는 것은 해마다 느껴지는 목마름입니다. 
 
예루살렘. 우리에게도 그렇게 우리의 모든 것을 걸고 가는 사랑의 길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선택과 실천이 우리에겐 정말 필요할테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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