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안에 사랑하는 토현본당 교우 여러분,
해마다 사순 제2주일에 우리는 <주님의 거룩한 변모 이야기>를 듣습니다. 예수님께서 높은 산에 오르셔서 영광스러운 모습으로 변모하십니다. 수난을 앞둔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싶어 하십니다. 다가올 십자가의 때에 제자들이 겪을 혼란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분은 환난의 때가 다가올 때 제자들이 믿음을 잃지 않도록, 당신 부활의 영광을 미리 보여주신 것입니다.
우리 삶에도 뜻하지 않은 십자가가 닥칩니다. 우리 인생이 그런 것 같습니다. 사람들을 보면 모두 멀쩡하게 잘 지내는 것 같지만, 십자가 없는 인생은 없습니다. 그리고 십자가가 닥치면 우리도 혼란에 빠집니다. 단단한 신앙인인 것처럼 보여도 십자가 앞에서는 우리 신앙도 흔들리고 시험을 받습니다.
환난의 때에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기도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만을 따로 데리고 높은 산에 올라가신 것은 기도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자주 하느님과 함께 머무는 시간을 가져야 신앙의 기초체력을 다져집니다. 그런 기초체력이 있어야 시련과 고통이 다가올 때 넘어지지 않습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흔들리는 일은 있어도 결코 넘어지지 않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그분의 말씀을 듣는 것’입니다. 구름이 일어 그들을 덮었고, 그 구름 속에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어라.”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우리가 그분의 말씀을 듣는 것은 무엇보다도 성경말씀을 통해서입니다. 성경은 영혼을 단련시키는 가장 중요한 교본이고 가장 효과적인 치유의 책입니다.
기도 안에서 그리고 말씀 안에서 매일 주님의 부활을 체험하며, 십자가의 길을 걸어가시는 주님과 동행하는 사순시기를 보내시기를 빕니다.
<코로나19>라는 알지 못하는 바이러스 앞에 온 국민이 두려움과 불안의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한국 가톨릭교회도 한 달 가까이 미사를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고 있습니다. 이 재난 앞에 누군가를 향해 분노를 쏟아내거나 희생양을 찾으려 할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함께 살아야 할 운명공동체임을 깨닫고,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바이러스는 우리 몸과 사회의 가장 약한 부분을 먼저 찾아간다고 합니다. 자신의 몸을 잘 돌보고 예방수칙도 잘 지켜야 하지만, 특별히 가난하고 병든 노인들, 우리 사회의 약자들에 대한 관심을 회복하는 기회로 삼도록 합시다.
사순시기를 보내는 교우 여러분 모두에게 주님의 축복을 빕니다.
오늘의 기도지향코로나19 바이러스 환자들과 그 가족들을 위하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