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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제1주일 (202031)

찬미 예수님,

일주일 째 성당의 모든 전례와 모임이 중단 되고

텅 빈 성당이 낯선 요즘입니다.

성당 가고 싶다.” “미사 봉헌 하고 싶다.”

교우들의 소리가 전해져 옵니다.

 

코로나 19가 세상의 움직임을 정지시켜 버렸습니다.

끊임없이 움직이고, 떠들고, 관계 안에 살아온

우리를 정지시켜 버렸습니다.

 

어릴 적, 친구들과 하던 얼음, 놀이가 생각납니다.

지금 우리는 한 발 들고 멈추어 서서 모두 얼음이 되었습니다.

하면 또 다시 달려 나갈 준비를 하는 우리는

긴장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불안하게 서 있습니다.

 

성당에 가고 싶고, 미사를 봉헌하고 싶고,

성체를 모시고 싶고, 강론을 듣고 싶고, 만나고 싶고,

이야기 하고 싶고, 많은 일을 하고 싶어 합니다.

하면 다시 시작 될 소위, 정상적인 삶 안에 하느님은 더 가까이 계실까요?

지금 여기에 참으로 사는 것을 알지 못하는 우리는

습관처럼 살아 오던 삶 안에서

하느님을 안다고 착각하며 살아온 것입니다.

 

가만히 머무십시오.

침묵하십시오.

혼자가 되십시오.

머물고, 침묵하고, 고독할 수 있는 기회가

선물처럼 우리에게 주어졌습니다.

선물을 열고 하느님의 현존을 느껴보십시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악마로부터 세 번 유혹을 받으십니다.

돌들에게 빵이 되라고 해 보시오.“

당신이 하느님의 아들이라면 밑으로 몸을 던져 보시오.”

당신이 땅에 엎드려 나에게 경배하면 저 모든 것을 당신에게 주겠소.”

사람이신 예수님은 굶주림으로 빵에 유혹 받으셨을 것입니다.

사람이신 예수님은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싶은 유혹을 받으셨을 것입니다.

사람이신 예수님은 세상을 가지고 싶은 유혹을 받으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유혹을 빈 마음으로 바꾸셨습니다.

 

모든 유혹은 하나로 귀결됩니다.

바로, 마음이 나를 다스리도록 하는 것,

마음이 이리 저리로 나를 끌고 다니도록 내버려 두는 유혹 말입니다.

심무상(心無常), 마음은 무상한 것입니다.

부처님도 네가 마음의 스승이 되어야지

마음을 너의 스승으로 하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마음에 따라가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세상의 유혹은 끊임없이 우리를 흔들어 대고 있습니다.

빈 마음, 무상 을 수양해야 합니다.

유혹이 빈 마음 안에서 부딪칠 수는 없습니다.

그냥 사라지고 말 것입니다.

 

빈 마음 안은

하느님의 영이 머무시는 곳입니다.

우리의 신앙의 여정에서

과정은 비워냄이고

목표는 전체라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얼음의 시간이 길어집니다.

더 이상 불안하게 서 있지 마십시오.

이리 저리 여러분을 끌고 다니는 마음을 붙들어 매고

완전한 정지 안에서 가만히 땅에 앉아 보십시오.

발 아래는 조그만 들꽃이 온 우주를 품고서

여러분을 바라보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 안에 계신 하느님께서 속삭이고 계실 것입니다.

너희는 멈추고

하느님, 나를 알라.” (시편46,11)

 

멈추고 있다 보면

한 낮의 어지러웠던 세상은

저녁 어스름한 어둠 속에 고요하게 잦아들고

다미아노, 저녁 먹어라.”

하는 따뜻한 어머니의 음성이

골목 어귀에서 들려올 것입니다.

 

사랑하는 장유성당 교우 여러분,

그리움과 아쉬움을 빈 마음으로 바꾸고

우리 안에 살아계신 영으로 만납시다.

 

미사 안에 함께 할 수는 없지만,

기도 안에서 함께 하겠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길 기원하며

주님께서는

우리 교우 모두를 축복하시고 길이 머무소서. 

 

장유성당 주임신부 손태성 다미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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