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였다가..."
강론듣기 : https://youtu.be/iRO_SxwlGos
재의 수요일이 지나고 사순기간 안에 들어온 우리는 매일 이어지는 어두운 소식을 접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수난과 부활의 시간을 기억하는 우리는 주님의 고통을 묵상하는 것과 함께 주님을 십자가로 내 몰았던 이유들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합니다. 사실은 그것이 우리가 부활을 통해 얻게 될 신앙의 확신에 더 가깝게 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죽음을 예견하시고 제자들에게 제 십자가를 지고 당신을 따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리고 당신의 죽음이 어떻게 이루어질 지에 대한 말씀을 하십니다.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에게 배척을 받아 죽임을 당하였다가..."
오늘은 예수님의 죽음의 이유를 다시 한 번 새겨봅니다. 예수님은 일단 죄가 없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평범한 분이셨습니다. 그럼에도 그분이 죽음을 당해야 하는 이유는 그분을 미워한 누군가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주님의 죽음이 십자가에서 이루어진 '공개처형'이라는 점은 그런 죄로 몰아붙일 힘이 있는 사람들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이미 그들이 '원로들과 수석 사제들, 그리고 율법 학자들'이라고 지목하십니다. 백성들의 지도자인 원로들과 제단에서 하느님과 백성 사이에 서 있는 사제들, 그리고 사람들에게 율법을 가르치고 정의와 죄를 말하던 율법학자들이 예수님을 배척했다고 말하는 것은 예수님을 이스라엘 백성으로 인정하지 않았고, 하느님의 백성으로 인정하지 않았으며, 죄인으로 취급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무런 죄도 없는 이를 그렇게 만든 이들이 하나 같이 지도자의 자리에 있었다는 것은 주님이 그들에게 위협이 되셨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모두 예수님을 경험했고 그래서 알지도 못하고 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 몰았던 헤로데와는 다른 처지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주님이 아무 힘이 없는 백성이었다는 것조차 알았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이 죽음을 모의하고 실행에 옮긴 것은 그분이 백성들을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주님이 백성을 움직이신 비결은 '사랑'이었습니다. 그들이 말하던 인생과 하느님, 그리고 율법으로는 설명할 수 없었던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는 한 사람이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그들이 대변하던 것보다 훨씬 큰 힘을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그들이 예수님을 죽일 수 있었던 것은 주님이 그런 중에도 대중 앞에 나서서 그 위로 올라서지 않으셨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모함으로 예수님을 죽일 수 있었고 그분이 사랑하시던 사람들을 이용해서 죽음으로 유인하고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수난을 기억하며 그분의 사랑을 더욱 기억해야 합니다. 그것이 세상의 미움을 받고 힘 있는 이들에게 눈에 가시처럼 여겨져도 우리가 따라야 할 것은 그 사랑이며 이 십자가는 그 사랑의 열매입니다. 고통에 마음을 빼앗겨 괜한 각오나 다짐을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저 순수히 사랑하는 것이 십자가의 핵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