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86호 2020.03.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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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이석희 신부 |
삶의 광야에서의 유혹
이석희 신부 / 정관성당 주임
교회는 한 해 전례력 가운데 사순 시기가 우리 그리스도인들에게 은혜로운 시간임을 강조합니다. 왜냐하면 이 시기는 우선 자신을 성찰하여 회개로 이끌며, 주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도록 인도하여 부활의 삶으로 초대하기 때문입니다. 사순 시기의 전례가 조금 무겁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놀라운 파스카의 신비를 지향하고 있기에 기쁜 마음으로 사순 시기의 발걸음을 떼어 놓습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신 후 성령의 인도로 광야에 나가시어 악마로부터 세 번의 유혹을 받으신 장면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40일 동안 단식하고 나시어 유혹을 받으신 장소가 광야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광야는 기초적인 삶을 위한 조건조차 결여된 척박하고 황량한 땅입니다. 그래서 작은 유혹에도 쉽게 흔들리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곳이며, 한편으로는 하느님을 붙들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그러기에 우리가 머물고 있는 삶의 자리가 또다른 광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 여기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따를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생각대로 살 것인가의 긴장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악마는 예수님의 배고픔을 이용하여 돌을 빵으로 만들어 자신을 하느님의 아들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도록 유혹합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사람은 빵으로만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신명 8,3)라고 말씀하십니다.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려 보라는 권력의 유혹에 맞서 “주 너의 하느님을 시험하지 말라.”(신명 6,16)는 말씀으로 거절합니다. 마지막으로 아무도 보지 않는 산꼭대기에서 악마에게 엎드려 절하면 모든 부귀영화를 주겠다고 예수님을 유혹합니다. 이마저도 예수님께서는 “주 너의 하느님께 경배하고 그분만을 섬겨라.”(신명 6,13)는 말씀으로 물리치십니다.
유혹은 하느님을 잊어버리고 자기중심적으로 살고 싶은 순간을 의미하기에 언제나 늘 우리 곁을 맴돌고 있습니다. 불평하고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 재물과 권력과 명예가 인생의 전부인 양 착각하며 살아가는 사람 곁에 유혹은 이미 둥지를 틀고 있을 것입니다. 악마의 모든 유혹을 훌륭하게 물리치신 예수님의 도우심을 청하며 우리도 삶의 광야에서 은총의 사순절을 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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