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가진 빵이 배 안에는 한 개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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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대해 불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입니다. 언제나 부족하다는 것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은 어떤 면에서는 '의욕적'일 수 있고, 또 어떤 면에서는 실망 가득한 어두운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자신에 대해 늘 주눅들어 있거나 어두운 채 '그늘 진 곳'에 서 있는 듯 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복음 속 벌어진 조그만 소동은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누룩을 조심하라'는 예수님의 가르침에 빵을 가지고 오지 않았음을 깨닫고 걱정하는 제자들의 모습이 그러합니다. 자신들의 부족함을 담은 빵 하나만 온통 머리 속을 차지한 제자들은 어쩔 줄을 모릅니다. 아마 예수님이 그들의 마음을 모르셨다면 그들은 주님의 어떤 이야기도 알아들을 수 없었을겁니다. 자신의 약점에 생각이 고정된 사람은 늘 그렇습니다. 주님의 가르침보다 자신의 부족함이나 불안이 전해주는 것은 모든 것을 능가하는 무게가 있습니다. 


 

예수님은 하시던 말씀을 중단하십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지금 그게 왜 걱정인가?'하는 말씀을 하십니다. 빵의 부족함 때문에 바리사이나 율법학자들의 누룩, 곧 과대포장된 채 하느님의 것으로 전해지는 잘못과 왜곡된 가르침을 잘 분별해야 한다는 예수님의 말씀은 들리지도 않는 가치가 되어 버립니다. 하느님의 뜻이 아무리 진리이고 중요해도 한 사람이 자신에 대해 걱정하는 것을 넘어서지 못하는 것은 예수님과 함께 살던 그 때에도 변함이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하는 그 길에 부족함이 문제가 될 수 없음에도 제자들에게는 빵 한 개가 위로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는 챙겨오지 않았던 빵들, 곧 지금 없는 것이 더 무거운 짐이고 걱정이었기 때문입니다. 
 

빵 하나면 차고 넘치는 데도 모자람이 더 커보이는 제자들은 '누룩'보다 더 급하고 중요한 것이 '자신'이었던 셈입니다. 우리가 왜 이리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지 못하는가를 두고 누군가는 '노력'을 또 어떤 이들은 '열정'을 말합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는 지금 어떤 자신의 '부족함'에 사로잡혀 전혀 기쁘지도 기대할 수도 없는 처지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너희는 아직도 깨닫지 못하느냐?"라는 예수님의 말씀이 머리 속을 울리는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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