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그렇게 말하니, 가 보아라. 마귀가 이미 네 딸에게서 나갔다.”
이 세상의 가장 고귀한 사랑의 모습을 찾는다면 많은 이들이 '어머니의 사랑'을 말합니다. 부모의 사랑이 어느 누가 더 크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어머니의 사랑을 말하면 그 의미 안에서 아주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됩니다.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큰 존재입니다. 한 사람을 품고 그 사람의 인생조차 품고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세상 밖으로 나온 사람은 그의 시간과 공간, 또 환경에 따라 자신의 인생을 살지만 유독 어머니는 그 모든 삶의 순간에 항상 자리합니다. 그리고 끊임 없이 관계의 끈을 놓지 않고 살아갑니다. 항상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사람으로 존재하고 함께 하는 인생의 한 부분이 되는 것이 어머니입니다.
오늘 딸을 구하기 위해 길을 나선 이방인 어머니가 등장합니다. 예수님은 그 딸을 결국 보지 못하십니다. 그 어머니에게서 딸을 만나고 그 딸을 괴롭히던 마귀는 쫓겨납니다. 그런데 이 마귀가 쫓겨난 것이 주님의 힘 때문인지 어머니의 사랑 때문인지 혼란스러운 장면이 복음에 펼쳐집니다. 결국 마귀는 주님의 힘으로 딸에게서 떨어졌겠지만 그럼에도 이 일이 가능하게된 것을 주님은 이 어머니의 말에 실린 힘 때문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네가 그렇게 말하니, 가 보아라. 마귀가 이미 네 딸에게서 나갔다.”
딸을 구하기 위한 어머니는 이방인의 경계를 넘어서지 못해도 좋다는 태도를 보입니다. 자신이 무시를 당하고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함도 게의치 않습니다. 딸 앞에 서서 마귀에게 시달리는 딸을 살리기 위해 홀로 낯선 이스라엘 능력자 앞에 서 있습니다. 이 분이 나의 딸을 낫게 해 주실 분이라는 믿음과 거절당하지 않으리라는 의지에 모든 것을 걸었던 어머니는 결국 딸을 구해냅니다.
빵 부스러기를 먹는 강아지를 자청하며 나서는 어머니의 말은 세상 어떤 표현보다 강한 어머니의 사랑을 드러냅니다. 그것으로 충분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이 사람에게서 드러나는 순간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던 표현이었습니다. 이런 어머니 아래 살아가는 딸은 참 행복했을겁니다. 그것이면 충분합니다.
결국 주님이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표현이 이 어머니에게 드러났음을 주님이 말씀으로 선언하십니다. 당신의 말이 아니라 이 어머니의 말이면 어떤 마귀도 그 딸을 괴롭히지 못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어머니의 사랑은 위대하기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