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여라, 주인이 와서 볼 때에 깨어 있는 종들!"
2020년 1월 1일.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정확하게 정해진 날의 새해가 지나고 조상들이 하늘을 보며 또 자신들의 땅을 보며 정한 새해가 다시 찾아왔습니다. 해마다 다르게 찾아오는 시간 그러나 우리는 그 날을 '설'이라 부릅니다. 어떤 이는 이 설을 지나 나이를 먹는다고 하여 나이의 단위인 '살'의 근원이 이 말에 있다고도 합니다. 모든 날의 시작이자 모든 절기의 시작에 해당하는 이 날은 15일간 그 기쁨과 인사가 함께 한다고도 합니다.
모든 것의 시작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이 이렇게나 크고 중요하다는 의미는 '시작'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 번 우리에게 강조해줍니다. 우리는 이 날 떡국 한 그릇에 한 살의 의미를 담고 어른들에게 절을 하며 한 해의 덕담을 들으며 모든 것이 다시 출발하며 성장한 모습을 확인합니다.
그리스도 신자인 우리에게도 이 설날은 우리의 신앙의 시작을 되새기고 성장한 사람으로서의 책임있는 한 해 살이를 다짐해야 한다는 의미를 전해줍니다. 우리가 부활과 성탄의 기쁨을팔일 동안 간직하듯 이 시작의 의미도 보름의 시간에 담아 세우고 기억하고 다짐하기를 반복하며 세상의 복음 전파와 모든 이를 구원할 수 있는 한 해의 다짐을 해야겠습니다.
오늘 우리가 듣게 되는 복음은 '깨어 기다리는 종'에 대한 말씀입니다. 주인이 돌아올 때 깨어 있는 종은 눈을 뜨고 있는 종이 아니라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충실히 하는 종을 뜻합니다. 주인을 기다린다는 의미가 크지만 그 기다림은 졸지 않고 눈을 부릅뜬 것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의 종입니다. 주인이 믿고 떠나간 이유를 보여주는 종을 본 주인은 기뻐하며 마치 종처럼 그에게 봉사하리라는 말씀으로 종이 취해야 할 마음과 자세를 설명하시는 예수님이십니다.
꽤 오랫동안 우리는 하느님이 계시지 않은 듯한 세상을 말하며 힘겨워하고 분노하며 투정하고 다투기도 합니다. 그 속에 우리가 서야 할 땅과 해야 할 일을 잊고 모두가 같은 욕설을 내뱉으며 그 속에서 상대적으로 조금 착한 것을 위로 삼으며 또 때로는 탓하며 사는 중입니다. 그런 우리에게 이 설의 의미는 달라져야 할 듯 합니다. 주인이 우리 곁에 없다면 그 주인이 있었을 때를 생각하며 이 세상을 그 때로 지켜내는 것은 주인을 기억하고 잊지 않는 종들의 몫입니다.
곧 하느님이 계시지 않는 듯, 사랑 없고 무자비한 세상에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고 지켜내는 것이 우리에게 맡겨진 사명입니다. 그리고 그 주인이 '세상을 다스리셨다면?'이라는 전제를 가지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로 하느님이 함께 계심을 알리고 사람들을 악에서 구하는 것이 우리가 새해에 다짐해야 할 신앙의 각오입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인의 새해를 준비하고 그 각오로 서로를 격려하고 다짐하는 충실한 종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깨어 있음'이 '잠들지 않음'이 아니라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으로 알아듣는 기쁨의 사도로 한 해를 살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우리가 줄 수 있는 최고의 복입니다. 곧 사람보다 더한 복은 없고 우리가 그 복의 근본임을 잊지 않기를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