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의 두 천사

가톨릭부산 2020.01.22 10:25 조회 수 : 13 추천:1

호수 2581호 2020.01.26 
글쓴이 민훈기 가브리엘 

소록도의 두 천사
 

민훈기 가브리엘 / 석포성당·시인 mgabriel0929@hanmail.net
                                 
   반세기 전 이국땅에서 벽안의 젊은 두 여인이 소록도를 찾아왔습니다. 마리안느와 마가렛 두 여인이 지핀 사랑의 불씨는 민들레 홀씨처럼 바람에 날려 한센병자들의 마음을 불태웠습니다. 두 여인은 맨손으로 상처에 약을 발라줬고 외국 의료진을 초청해 장애교정 수술을 해주고 한센인 자녀를 위한 영아원을 운영하는 등 보육과 자활 정착 사업에 헌신했습니다. 절망에서 기쁨으로 어둠을 빛으로 밝힌 두 여인, 그들은 소록도에서 40여 년 동안 한센병 환자를 보살펴 왔습니다. 두 여인은 2006년 ‘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란 편지 한 장만 남기고 떠났습니다. 이들은 편지에서 ‘나이가 들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고, 우리들이 부담을 주기 전에 떠나야 한다고 말해왔는데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떠나고 없지만 두 여인은 영원한 소록도의 천사입니다. 그들이 주고 간 차가운 세상을 덥혀주는 아름다운 불길이 꺼지지 않게 고이 가슴에 품고 싶습니다.

   몇 년 전 아프리카 남쪽 나라 보츠와나를 여행할 기회가 있어서 여행가방 하나에 아이들에게 줄 옷과 학용품, 수건들을 챙겨서 고아원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고아원 정문을 들어서니 맨발의 어린아이들이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듯 환영의 노래와 춤을 추며 반겨주었습니다. 그들의 해맑은 표정에서 행복은 나눔에 있구나 하는 걸 느꼈습니다. 가진 것 없이 가난을 살아가면서도 얼굴 표정엔 미소를 머금고 함께 춤을 추는 어린아이들이 너무나 사랑스러웠습니다. 많은 걸 소유하고 있으면서도 행복함을 느끼지 못했던 어린 시절이 생각나 부끄러웠습니다.

   지난달에는 은퇴하신 신부님을 만날 기회가 있어서 찾아뵈었더니 은퇴 이전부터 라오스교회 사제 육성 후원회를 조직하여 도움을 주고 계시다는 얘기를 듣고 은퇴 후 외롭게 지내실까 싶어 걱정했던 마음이 기우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알기로도 해외선교지에 학교도 지어주고 건물도 지어주는 일을 하시는 또 다른 교구 은퇴사제가 계심을 알고 있습니다. 참 사제의 삶을 살고 계시는 신부님들을 본받아 우리들도 소록도의 두 천사처럼 고통받는 어린이와 노약자, 병자들 속에서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는 일에 앞장서야 하겠습니다.

 

호수 제목 글쓴이
2351호 2015.10.25  성가를 부르며 김새록 로사 
2457호 2017.10.22  겉만 신자다 김새록 로사 
2772호 2023. 8. 27  우리를 성장시켜주는 노동 김서율 사도요한 
2643호 2021.03.21  해양 사목, 해양 가족 김선옥 마리아 
2773호 2023. 9. 3  연애와 결혼 file 김성숙 아멜리아 
2471호 2018.01.14  바티칸 라디오(RADIO VATICANA) 김수환 신부 
2537호 2019.04.07  어떻게 지내? 김수환 신부 
1972호 2008.12.28  아버지의 집 김양희 레지나 
1981호 2009.02.22  수도원의 아침 김양희 레지나 
1993호 2009.05.17  오늘 우리는 김양희 레지나 
2005호 2009.08.09  안창마을 이야기 김양희 레지나 
2019호 2009.11.01  그 눈물의 의미 김양희 레지나 
2091호 2011.02.06  세상의 소금 김양희 레지나 
2099호 2011.04.03  침묵피정 떠나실래요? [1] 김양희 레지나 
2111호 2011.06.26  배경이 되어준다는 것 김양희 레지나 
2120호 2011.08.21  뒷모습이 아름답다 김양희 레지나 
2129호 2011.10.16  두 노인 김양희 레지나 
2137호 2011.12.11  마지막까지 함께 가는 친구 김양희 레지나 
2312호 2015.01.25  마음의 고향 김양희 레지나 
2327호 2015.05.10  그대의 흰 손 김양희 레지나 
색칠하며묵상하기
공동의집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