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 2580호 2020.01.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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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김두윤 신부 |
하느님의 어린양
김두윤 신부/안토니오 신부/동래성당 주임
‘지는 것이 곧 이기는 것이다.’ ‘죽어야 산다.’라는 말을 곧잘 하지만, 이는 그저 말뿐일 때가 많습니다. 지기보다는 이기고 싶고, 뒤처지기보다는 앞서고 싶고, 보란 듯이 살아있음을 뽐내고 싶고, 조금만 억울해도 죽네 사네 하면서 자신의 억울함을 하소연하기에 급급한 것이 인간의 본성입니다. 오해라면 풀릴 수도 있지만, 그저 어이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일이 허다하게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고 받아들이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를 연중 제2주일인 오늘 복음은 전하고 있습니다.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요한 1,29)
세례자 요한의 입을 빌어 예수님이 어린양과 같은 존재라고 말씀하십니다. 어린양의 모습은 약하고 여리며 깨끗하고 순수합니다. 그러나 그가 지닌 힘은 결코 만만하지 않으며, 인류를 변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오늘 제1독서인 이사야서는 어린양을 일컬어 고난받는 야훼의 종이라고 했습니다. 어린양과 종은 같은 의미입니다. 온갖 모욕과 굴욕을 견디며 결국은 죽어갈 수밖에 없고 억울해 죽을 지경인 일이 생겨도 억울함을 호소할 힘이 없습니다. 주인이 하는 대로 그저 내어 맡길 뿐입니다.
또한 때려도, 욕을 해도, 누명을 써도 목소리를 높이지 못합니다. 그러나 그 약함에는 비굴함이 아닌 겸손과 희생과 사랑의 힘이 녹아 있습니다. 그분의 등장하심에는 장엄한 행렬도 없었고, 사람들을 위압하는 근엄한 모습도 없었지만 인류를 살릴 비밀이 숨어 있다는 것이 놀라운 진리입니다. 즉, 누군가의 희생은 반드시 누군가를 살리는 몫이 됩니다. 한 사람의 희생은 여러 사람을 살리는 불씨가 된다는 사실을 주님께서는 어린양, 종의 모습을 통해서 보여 주셨습니다.
날이 갈수록 경제가 성장하고 문명이 발달하는데도 인간 삶의 품격은 높아 지지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불행하고, 우울하다고 말하는 사람이 점점 늘어나고 있을 뿐입니다. 자기를 희생하는 것이 다른 사람을 살리는 길이라는 주님의 진리가 잘 통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린양이 지닌 희생과 사랑의 깊은 의미를 살아갈 때라야만 비로소 세상은 좀 더 밝고 아름답게 변화해 갈 것입니다. 더불어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도 좀 더 품격 있게 성숙해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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