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의 주일 말씀 당겨 읽기

주님 세례축일

 

교회는 해마다 대림시기에 주님을 모실 준비를 합니다.

그리고 해마다 성탄전야에 아기예수님께 구유경배예절을 올리며 우리 사랑을 고백해드립니다.

더욱이 교회는 오늘

주님 세례 축일로 성탄시기를 마감하며

그 동안 모셨던 구유의 아기예수님과 작별을 합니다.

마음이 어떠십니까?

해마다 반복되는 교회의 전례이니, 유별나게 굴 이유가 없다 싶으십니까?

내년 성탄이면 으레 차려질 외양간이니, 그저 덤덤하게 여기지는 않으십니까?

 

오랫동안, 근 이십년이 넘은 듯한데요.

제가 잠에서 깨어나 가장 먼저 하는 말이 하느님 만세입니다.

어느 날 성경을 읽다가 제 마음에 꽂힌 축복의 구절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그 때는 공동번역성경을 사용할 때라서

요즘 성경의 표현과 사뭇 달라서 읽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복되어라, 야훼께 만세부르는 백성”(공동번역, 시편 89,15)

어느 날 새벽에 그 성경구절을 읽는 순간, 주위가 환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아침마다 주님께 하느님 만세!’라고 외쳐드리는 것만으로

복되다니,

그 축복을 놓칠 수 없다고 생각되었습니다.

그 날부터 제 입에서 나오는 첫 말마디를 무조건 하느님 만세가 되었습니다.

매일 매일

야훼 하느님의 업적을 기억하며

만세라고 환호하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매일 실천하게 된 행복이 또 하나 늘었습니다.

아마도 짐작을 하시는 분도 계실 것 같습니다.

지난 성탄에 문득 마음에 떠오른 생각이었고 한 번 말씀드린 적이 있으니까요,

한해 365일 동안 매일 매일 구유예물을 모아서

구유경배를 드리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던 그 생각을 실천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오늘 구유의 예수님과 작별하면서

월평성당의 모든 교우분들이

이번 성탄에 다시 뵙게 될 아기예수님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매일 매일 정성을 모아 주시기를

주임사제로써 강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매일 주님을 기억하는 이 작은 봉헌으로 말미암아

우리네 삶은 기쁨과 감사와 행복이 선물되리라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이야말로 그리스도인으로써 매일 주님을 깨어 기다리는 모습이라 믿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주님의 재림을 기다리는 존재입니다.

매일 주님의 은혜를 기대하며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입니다.

주님의 사랑을 한 순간도 잊지 않고 기억하는 삶을 살아가야 하는 믿음인입니다.

그러기에 매일 다시 오실 아기예수님을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마음으로

구유예물을 준비하며 지낸다면

아기예수님께 가장 기뻐하실 선물이 될 것입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벅차지 않습니까?

 

요즘 저는 매일 잠자리에 들기 전에

몸은 잠이 들지만 영혼은 주님 앞에 깨어 있게 해주시기를 청하는 마음으로

주님을 정말로 빨리 뵙고 싶다는 고백을 섞어

주님께 내일을 의탁하는 마음으로 구유예물을 모으는데요.

우리와의 만남을 기대하시는 주님의 설렘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단히, 엄청, 몹시, 왕창 행복하게 잠이 들게 됩니다.

이 행복, 모두 함께 누리시길 진심으로 권해드립니다.

그래서 다가오는 2020년 성탄에는

구유의 예수님을

우리 모두가 진정으로 기쁘고 행복한 마음으로 맞이하게 되기를 원합니다.

매일 주님과의 만남을 준비하며

주님의 오심을 간절히 기다리며 지낼 때,

우리의 매일이 복되고 복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2 2021년 사순 제1주일 <믿음의 셈법을 공부합시다> 월평장재봉신부 2021.02.18 11
111 2021년 부활 제6주일 <기도, 하늘을 움직이는 리모컨> 월평장재봉신부 2021.05.08 6
110 2021년 부활 제5주일 <가지의 영광> 월평장재봉신부 2021.04.30 11
109 2021년 부활 제4주일 <우리도 그분처럼> 월평장재봉신부 2021.04.24 9
108 2021년 부활 제3주일 <허기지신 예수님> 월평장재봉신부 2021.04.16 9
107 2021년 부활 제2주일 <‘토마스’를 자비롭게 품어주세요> 월평장재봉신부 2021.04.09 5
106 2021년 대림 제4주일 <기다림에 마침표를 찍으며> 월평장재봉신부 2021.12.18 6
105 2021년 대림 제2주일 <하느님의 명령> 월평장재봉신부 2021.12.03 10
104 2021년 대림 제1주일 <더욱 더 그렇게> 월평장재봉신부 2021.11.27 6
103 2021년 대림 3주일 자선주일 월평장재봉신부 2021.12.10 14
102 2021년 그리스도왕 대축일 <주님이 그립습니다.> 월평장재봉신부 2021.11.19 10
101 2021년 교구 수호자 묵주 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 월평장재봉신부 2021.10.08 14
100 2021년 부활 대축일 <주님 홀로 이루셨네!> 월평장재봉신부 2021.04.03 12
99 2020년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믿음의 내공> 월평장재봉신부 2020.07.04 19
98 2020년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경하 드립니다, 어머니> 월평장재봉신부 2019.12.30 37
97 2020년 주님승천 대축일 <그리스도인은 승천한 하늘의 존재입니다.> 월평장재봉신부 2020.05.22 16
96 2020년 주님 수난 성지 주일 <“내 마음이 너무 괴로워 죽을 지경이다”> 월평장재봉신부 2020.04.05 25
» 2020년 주님 세례축일 월평장재봉신부 2020.01.11 19
94 2020년 주님 봉헌 축일<봉헌은 하느님 우선입니다. 나보다 상대를 섬기는 마음입니다.> 월평장재봉신부 2020.02.01 32
93 2020년 주님 공현 대축일 <성 요셉! 당신처럼 말없이……> 월평장재봉신부 2020.01.04 2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