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대 신부(호계성당 주임)
마르 6,34-44




 



 

생산자 부담의 원칙

 

부산가톨릭평화방송 애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예수님께서 굶주린 이들에게 베푸신 빵과 물고기의 기적은 언제 들어도 신명나는 일입니다. 빵과 물고기를 많게 하여 오천 명이 넘는 사람들을 배불리 먹이신 기적은 오늘 마르코복음에서 뿐 아니라 4복음서 모두가 전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마태 14,13-21; 마르 6,32-44; 루카 9,10-17; 요한 6,1-15)

그런데 마르코와 마태오는 또 다른 빵의 기적을 전해주고 있습니다.(마르 8,1-9; 마태 15,32-39) 이 대목은 예수님께서 빵 7개와 물고기 몇 마리로 사천 명 이상을 배불리 먹이셨다고 보도합니다. 빵과 물고기의 숫자와 배불리 먹은 사람들의 숫자를 빼고는 두 기적사화가 거의 같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물론 기적이 일어난 장소가 각각 다르며, 마지막 부분에 가서 먹고 남은 조각들을 모두 모았더니, 첫 기적에서는 12광주리(마르 6,43)가 가득 찼고, 두 번째 기적에서는 7광주리(마르 8,8)가 가득 찼다고 합니다. 가득 찼다고 하는 말은 배불리 먹고도 남았다는 뜻이며,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넘치도록 풍성하다는 뜻입니다.
 

성서학자들 중에는 그 많은 사람들이 배불리 먹고도 남은 조각들을 모았더니 12광주리와 7광주리에 가득 찼다는 말에 크게 의미를 두기도 합니다. 12광주리는 이스라엘의 12지파를 가리키는 상징으로써 메시아이신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이스라엘이 온전히 재건됨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7광주리는 전성기 구약시대, 즉 여호수아가 점령한 약속의 땅을 이스라엘 12지파에게 나누어주고 난 뒤, 평화로운 시대를 맞이하였을 당시에 이스라엘을 둘러싸고 있던 주변의 일곱 나라를 상징한다는 것입니다. 이 일곱 나라는 온 세계와 전 인류를 상징하는 것으로서, 이 또한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세상의 구원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마르코와 마태오복음이 빵의 기적을 두 가지로 보도하는 이유를 알게 됩니다. 하느님의 선택을 받은 이스라엘 백성들뿐 아니라 이방인으로 취급받던 다른 나라의 사람들, 즉 온 세상이 구세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실제적인 구원과 생명을 얻게 된다는 것입니다.
 

성경은 사람들이 예수님께서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믿고, 또 그렇게 믿어서 그분의 이름으로 생명을 얻게 하려는”(요한 20,30) 목적으로 쓰인 책입니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해 주셨기”(요한 3,16) 때문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생명은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지상의 생명을 뛰어넘어 예수님의 부활이 가져올 새로운 차원의 생명, 즉 영원한 생명을 뜻합니다.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영원한 생명보다 현세의 생명에 더 집중하며 살아갑니다. 그것은 육신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어떤 모양으로든 양식을 얻기 위한 노력으로 드러납니다. 그래서 하느님도 예수님도 성당도 일단 먹고 살기 바빠서뒷전입니다. 이런 생각은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제자들의 생각과 같습니다.
 

하루 종일 예수님을 따라 다니던 군중이 어마어마한데다, 시간도 흘러 늦은 저녁시간이 되자, 그들은 예수님께 군중을 돌려보내어 스스로 먹을 것을 해결하도록 요청합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너희가 군중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고 하십니다. 제자들은 저희가 가진 것이라고는 고작 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밖에 없습니다.” 하며 난처해합니다.
 

여기서 물질의 소유를 우선시하는 제자들의 자기중심적 가치관과 사람과 관계를 우선시하는 예수님의 공동체중심적 가치관이 크게 차이를 보입니다. 오늘 빵의 기적은 우리가 필요로 하는 일용할 양식이 어떻게 베풀어지는 것인지를 가르쳐 줍니다. 예수님의 손에 올려진 양식은 성자의 감사기도와 성부의 축복으로 우리 인간에게 베풀어집니다.
 

부산가톨릭평화방송 애청자 여러분, 사람이 비록 일용할 양식을 자신의 힘으로 벌어먹는다고 하지만 원초적으로는 하느님께서 내리시는 선물입니다. 일용할 양식은 곧 온 세상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생산자 부담이라는 원칙으로 우리 모두에게 거저 주시는 선물이라는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너희가 먹을 것을 주어라.”(37)고 하셨지만 결국은 그분께서 기적을 베푸심으로써 생산자 부담의 원칙을 지키셨습니다. 되도록이면 사용자 부담, 수신자 부담, 또는 소비자 부담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는 오늘 복음을 통하여 하느님의 생산자 부담의 원칙을 깨닫고 평범한 일용할 양식에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기보다 남을 더 생각하고 배려하는 하루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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