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의 자손이시며 아브라함의 자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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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7일. 대림 제3주간 화요일이 아닌 그냥 12월 17일. 대림기간이지만 대림이 아닌 시기로 접어 들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제대 앞의 대림초는 3개가 어김 없이 켜져 있지만 이제 우리는 다시 오시는 예수님을 기다리며 이미 오셨던 그날의 시간을 되짚어 기억해내는 시간으로 성탄의 나머지 남은 기간을 보내야 합니다. 


 

그리고 오늘 복음은 주님의 족보가 등장합니다. 족보로 예수님에 대한 소개를 시작하는 것은 예수님이 세상에 오신 실제 인물이라는 것을 증언하기 위함이고 또 하느님의 뜻이 실제로 이루어졌다는 증언을 위해서이기도 합니다. 족보는 아브라함으로부터 한 사람 한 사람 이어지는 순서로 42대가 이어져 옵니다. 그러나 우리의 시조들을 생각해보면 42대에 태어난 다윗의 자손은 엄청나게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치더라도 42대는 천년이 넘는 시간입니다. 그 시간을 이어온 다윗의 혈통이 베들레헴으로 몰려 들었다면 그 숫자와 그 중 구세주일지도 모르는 이를 알아낸다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일입니다. 물론 그 한명이 특출한 과정으로 사람들 사이에 보호되어 오지 않았다면 말입니다. 그런데 아이를 낳을 자리 하나 구하지 못하는 처지였다면 요셉과 마리아가 당시 이스라엘 사람들 사이에서 존중받고 보호받는 존재는 분명 아니었던 셈입니다. 


 

예수님의 실제 오심을 복음은 전해주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그분의 유일함만을 강조하며 예수님을 생각하면 그분은 우리 '안에' 오신 것이 아니라 여전히 우리 '위에' 오신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복음에 드러나 있지만 우리의 생각이 가려버린 부분을 우리는 걷어내고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을 위로가 아니라 안으로 파고들어 오셨고 그래서 우리의 풍부한 상상력의 극치가 아닌 바닥에서부터 하느님은 우리를 찾아 오셨습니다. 


 

우리는 세상의 구원을 이야기하면서도 세상 위에 살아가는 인생들을 그 대상으로 만들고 극소수의 인간들이 구원받는다는 생각에서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는 지금도 서로를 죄의 범주에 포함시키고 겨우 지옥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인생으로 우리를 만들고 우리 중 누군가만 하느님의 구원의 대상이 되리라 이야기하고 믿고 또 그렇게 행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에게 실제로 오신 예수님은 가장 아래에 있는 단 하나도 놓치지 않으시려는 하느님의 의지를 스스로의 모습으로 보이셨습니다. 마굿간에 태어난 아기. 구유에 뉘여진 아기가 자신의 인생을 미워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그 이하의 사람까지 사랑하며 끌어올리려 한 것이 구원의 실제 내용이라면 우리의 심판에 관한 생각들은 하느님의 뜻과는 처음부터 너무 다르다고 말해야 합니다. 


 

지옥도를 보며 지옥을 피하기 위해 천국을 그려온 이들에게 천국은 좋은 곳이 아니라 그야말로 안식처 이상의 의미를 지니지 못합니다. 낙원이 아니라 피난처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에게는 그것이 더 자극적이고 더 강렬한 인상이 됩니다. 지옥이 무섭고 그래서 죄에 대한 공포는 사람을 얼어붙게 하고 행복하지 못하게 만들고 말기 때문입니다. 


 

아브라함에서 다윗으로 그리고 그리스도까지 이어지는 족보는 하느님의 약속의 길이와 기다림을 보여줍니다. 하느님은 우리에게서 구원의 길이 열리기를 기다리시고 기대하셨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그 혈통 속으로 뛰어들어 사람들을 살려내셨습니다. 아브라함이 보여준 희망을 스스로 완성하신 셈입니다. 그러므로 유일하신 구세주 그리스도를 기억하며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사람의 가치는 그 어느 누구도 비천하지 않음을 생각해야 합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그렇게 여기지 않으시고 우리도 처음부터 위 아래로 나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서울에서 김서방을 찾는 것만큼 이 시대에서 그리스도를 찾는 것이 어려웠음을 기억합시다. 그분은 다윗의 후손이지만 우리 중 하나였음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어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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