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누어요

2019 12 4일 대림 제1주간 수요일 미사 강론

부산교구 해양사목 담당신부 이균태 안드레아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곳들에서 여전히 “빵, 빵”을 외친다. 돌더러 빵이 되게 하는 기적을 요구하고, 굶주림에 지쳐 있던 5천명을 먹인 기적이 재현되기를 갈망한다. 오늘 복음은 빵의 기적에 대한 이야기를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예수께서는 유혹을 당할 때에 돌이 빵이 되게 하는 기적을 거부하셨다. 그런데, 광야까지 자신을 따라온 몇 천명의 사람들에게는 기적으로 빵을 많게 해서 먹이셨다. 그 전에 유혹을 당하실 때에는 거부했던 것을 왜 이 자리에서는 행하셨을까? 그것은 바로 이 몇 천의 사람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듣기 위해 다른 모든 것을 제쳐 놓고 왔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하느님께 마음을 열고 자기들끼리도 마음을 열었기 때문에 온당한 방식으로 빵을 받아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빵의 기적에는 세 가지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첫째, 빵의 기적에 앞서 사람들은 하느님을 찾아 나섰고, 예수의 말씀을 찾아 나섰다. 일생을 살아가는데 올바른 지침이 되는 것을 찾아 나섰다는 것이다. 둘째, 하느님께 기도해서 빵을 얻었다. 셋째, 사람들이 기꺼이 빵을 서로 나누었다.

하느님께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하느님과 함께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믿음은 사람을 사랑으로 이끌고, 다른 사람을 발견하게 한다. 내가 아프면, 너도 아프다는 진실을 발견하게 한다. 예수께서는 사람들의 배고픔을 모른 체 하지 않았고, 육신의 필요에 무관심하지 않았다.

예수께서는 배고픔과 육신의 필요를 올바로 자리잡게 해주었고, 거기에 올바른 질서를 세워주셨다. 그저 배고픔을 해결하고, 육신의 필요를 해결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배고픔과 육신의 필요는 하느님께 귀 기울이기 위해 채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예수가 돌들을 빵으로 유혹하는 이의 유혹을 물리친 말씀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사람은 빵으로만 살지 않고 하느님의 입에서 나오는 모든 말씀으로 산다”(마태 4,4). 사실 “빵은 중요하다. 자유는 더 중요하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충절과 배신하지 않는 예배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몸뚱아리를 지닌 인간으로서 그 몸이 요구하는 것을 채우는 것은 모든 인간의 공통된 권리이다. 하지만, 그 권리가 때로는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제도라는 것 때문에, 사람들의 욕망이 부추겨온 끝없는 자본에 대한 갈망 때문에 무시당하기도 한다. 주식 포인트가 2%만 떨어져도 벌벌 떠는 세상에서, 그 권리가 침식을 당하고, 그 권리마저도 빼앗기는 현실에 대해서 별다른 말도 않는 세상에서, 오늘 복음은 세상에 대한 도전으로 다가온다.

나눔이 절실한 때다. 예수께서는 하느님 나라가 오는 것이 복음이라고 했다. 그분의 제자들은 그 하느님의 나라가 현실이 되고, 실현된 것을 예수를 통해 보았다. 그래서 제자들에게는 예수가 복음이었다. 그 제자들의 제자들인 우리들에게는 그 제자들의 ‘예수 따라 살기’, ‘예수처럼 살기’가 복음이다. 하느님께 감사 드리고, 가진 것을 함께 나누는 일이 바로 복음이다. 나눔이 복음이 되어가는 세상에서 우리가 살고 있다.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우리가 너희에게, 너희가 우리에게, 서로가 서로에게 복음이 되는 세상의 시작이 바로 ‘나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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