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환 신부(반여성당 주임)
루카 21,1-4




 



평화방송을 사랑하는 청취자 여러분, 반갑습니다.
 

오늘 복음은 가난한 과부의 헌금에 대한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하느님께 인색한 이들에 대한 교훈으로 자주 듣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요즘과는 달리 당시의 과부는 남편의 죽음으로 인한 경제적·사회적·종교적인 관심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장수하며 부유하게 사는 것이 하느님의 축복이라 생각했다면, 남편이 늙기도 전에 일찍 죽는다는 것은 크나큰 불행이요 죄의 결과로 생각했던 것입니다. 이러한 불행의 결과가 아내에게 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여겼으니, 궁핍함과 멸시, 위협과 희생은 자연스럽게 아내의 몫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구약성경의 룻기에 보면, 과부가 된 룻의 시어머니 나오미가 사람들에게 이렇게 하소연 합니다. “주님께서 나를 거칠게 다루시고 전능하신 분께서 나에게 불행을 안겨주셨답니다(1,21).” 모진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난한 과부의 삶이 얼마나 혹독했는지를 잘 알게 해 주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주인공인 과부는 렙톤 두 닢을 헌금함에 넣습니다. 렙톤 두 닢은 그리스 돈 가운데 가장 가볍고 얇은 돈으로써 최소단위의 동전에 해당하며, 오늘날의 화폐로 환산하면 불과 몇 백 원 정도가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가난한 과부가 이처럼 보잘 것 없는 돈을 헌금하는 것을 보시고 칭찬을 하십니다. 예수께서 이 작은 헌금을 칭찬하신 이유는 자신의 처지를 원망하기 보다는 하느님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봉헌하는 믿음을 보여 주었기 때문입니다. 봉헌금의 중요성이 액수가 아니라, 온 정성으로 믿음을 표현하는데 있다는 뜻입니다. 예수께서는 렙톤 두 닢에 깃든 하느님께 대한 과부의 정성어린 믿음을 보신 것입니다. 이는 예수께서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하고 찾지 마라, 염려하지 마라. ··· 오히려 너희는 그분의 나라를 찾아라. 그러면 이것들도 곁들여 받게 될 것이다.(루카12,30-31)”라고 하신 것처럼, 하느님을 향한 절대적인 신뢰가 깃들어 있는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모든 것을 하느님께 의존하며 자신의 온 생명과 삶을 봉헌하는 모습을 과부에게서 발견한 것입니다. 이것은 보물을 이 세상에 쌓는 삶이 아니라, 하늘에 마련하는 삶의 자세를 가진 것이고(22,33), 더 나아가 세상의 모든 물질과 존재 근원이 하느님이시라는 신앙 고백인 것입니다. 이러한 신앙고백은 하느님께로부터 나온 모든 것을 하느님께 도로 바치는 믿음실천이라 하겠습니다. 가난한 과부의 렙톤 두 닢의 가치와 의미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평화방송 애청자 여러분,

오늘 가난한 과부의 렙톤 두 닢에 대한 가치와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를 다시 한 번 기억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하루하루를 쌓아서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가듯이 자신의 인생여정에서 가난한 과부의 렙톤 두닢과 같은 가치와 의미를 지니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또 어떤 것들일지를 찾아보았으면 합니다. 오늘 하루의 일상 안에서 지극히 작고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하는 삶의 조각들이 참으로 자신에게 소중한 가치로 다가 온다면, 자신의 삶은 보다 아름답고 기쁨이 넘치는 하루가 될 것입니다.

 

저는 현실적으로 가난함을 면치 못하는 사람은 진실함보다는 자신의 현실에 휘둘리며 사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진실함은 자신에게 부딪혀 오는 어떠한 악조건들 속에서도 하느님을 잊거나 자기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런 정신과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야 말로, 비록 렙톤 두닢처럼 사소한 것일지라도, 소중함을 발견할 줄 아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오늘 하루도 자신의 작은 움직임과 작은 일들 속에서 참된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며 사셨으면 합니다. 예수께서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테11,20)”고 하셨으니, 작은 것들을 더욱 아름답고 소중하게 만들어 나가는 하루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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