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의 출처 
천주교 서울대교구 독산동 성당의 주임신부이신
유종만 바오로 신부님의 묵상글 중에서 


 
드넓은 사막 한 가운데,
이제는 폐허나 다름없는 주유소가 있고,
거기에
그 일대에서 유일하게  물펌프가 하나 남아있다. 

 
한 사람의 지친 나그네가
목마름으로 거의 실신할 지경에 이르렀을 때,
주유소의 물펌프를 발견하고
한달음에 달려간다. 

 
그리고는
한 바가지의 물과 함께
다음과 같은 내용의 팻말을 발견하게 된다.

 
“이 물펌프 밑에는
엄청난 양의 시원한 지하수가 흐르고 있습니다.
누구든지 목마른 사람은
이 펌프 물로 목을 축이고 가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명심해야 할 사실은
펌프 앞에 놓은 바가지의 물만은
절대로 마시면 안 됩니다. 
이 물을 펌프 안에 넣어서
열심히 펌프질을 해야만
지하의 물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펌프 안의 물을 퍼올려 목을 축이셨으면 
떠나시기 전에
잊지 말고
그 바가지에
다시 한가득 물을 퍼놓고 가시기 바랍니다.  
나중에 올지도 모르는 
또 다른 나그네를 위해서 입니다.” 

 
짧은 내용의 이야기 이지만,
우리는 여기에 내포된 큰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그 나그네가 펌프의 물을 마실 수 있게 된 것은
그보다 앞서서
펌프를 다녀갔던 수많은 사람들이
팻말의 충고대로
바가지의 물만은
마시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점이다. 

 
만일
앞서서 이 펌프를 거쳐 간 사람 가운데에서, 
단 한사람이라도
팻말의 충고를 무시하고
바가지의 물을 마셔버렸다면
사막의 유일한 펌프는
그 순간을 마지막으로
영원히 물을 뿜어낼 수 없게 되었을 것이다. 

 
아주 사소한듯 하지만
가장 중요한 질서,
타는 듯한 목마름을 참아내고 
여행자들은
바가지의 물을 소중하게 지켜왔던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한 바가지의 물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일까 ?

 
메마른 사막 한 가운데
이 펌프 이야기가 강력히 상징하듯,
우리에게 오늘이 있는 것도
어쩌면 우리보다 앞서간 사람들이 남겨놓은
한 바가지의 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기업에서는
밤을 새워가면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좀 더 편리한 시스템으로 만들기 위해서
애쓰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어디에선가 남모르는 노력을 통하여
지금 자신의 명예보다는
내일의 발전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있다. 

 
그 지친 나그네는
팻말 
앞에서 잠시 생각한다.
그리고 그도 역시
바로 눈앞에 놓여있는 한 바가지의 물을 
펌프 안으로 부어 넣고는
열심히 펌프질을 하는 것이다. 

 
마침내 펌프에서는
맑고 시원한 물이 쏟아져 나오고
그 물로 마음껏 목을 축인 나그네는
행복에 넘치는 표정으로
펌프 앞에 이런 쪽지를 남겨놓는다. 

 
“이 한 바가지의 물은 단순한 물이 아닙니다. 
뒤에 오는 나그네여!
당신이 잠깐 동안 목마름을 참고
한 바가지의 물을 지킬 수 있다면
이 펌프 물은
앞으로도
목마름에 지친 수많은 나그네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죽을 지경에 이르는 목마름을 참고
얼굴도 모르는 뒷날의 나그네를 위하여
다시 ''한 바가지의 물을 남겨 놓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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