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돌아가는 달 / 류지남
밝음 속에선
어둠의 속이 잘 안 보인다
높이 앉으면 진짜 높은 것을 볼 수 없다
세상의 허튼 소리가 귀에 꽉 차면
풀섶의 노래와
별이 보내는 편지를 읽기 어렵다
가을이 오면
툭-, 불 꺼뜨리고
한 뼘 낮은 곳으로 내려서야
비로소 저어기 환한 것들이
여릿여릿 내게로 걸어오느니
가을은 돌아가는 달,
어둠 속에 웅크린 뿌리에게로 돌아가
별을,
별 같은 나를 응시하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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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심의_군더더기 
실존철학자 하이데거에 따르면, 사람은 사물과는 달리 목적 없이 태어난, 세상에 내던져진[피투적] 비주체적 존재입니다. 나답게 살려면 주체성을 확립하여 세계 안으로 나를 내던지는[기투적]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나다운 나가 되려면 어둠 속에서 낮은 데서 바라봐야 합니다. 가을이 우리에게 말합니다. 뿌리에게 돌아가라고. 돌아가서 별 같은 나를 바라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