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상 / 알렉산드르 푸쉬킨
세상 사람들의 소란스러움으로 가득했던
낮이 침묵하고
도시의 말없는 거리 위로
밤의 반투명한 어둠과 함께
낮의 노고의 보상으로 잠이 드리워지면
고요 속에 내게로 천천히
고통스러운 각성의 시간이 찾아온다
밤의 무위 속에서 양심의 가책은
뱀의 문 상처인 듯 더 화끈거리며 타오르고
상상들이 들끓는다 슬픔으로 짓눌린 영혼 속에는
우울한 사념들만이 복받쳐 응어리진다
회상은 말없이 내 앞에
그 긴 두루마리를 펼친다
나 내 삶을 읽으면서
혐오에 떨며 저주하고
괴로움에 한탄하며 쓴 눈물 흘려도
슬픈 구절들을 지우지 않는다
ㅡ<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러시아 명시 100선>, 최선 편역(북오션, 2013)
#청심의_군더더기
인생은 기쁨과 슬픔, 만족과 후회, 성공과 실패, 행운과 불행으로 엮여 있습니다. 어느 것이 회상되는지요? 과거는 지나간 현재이고, 미래는 오고 있는 현재입니다. "내 삶을 읽으면서/ 혐오에 떨며 저주하고/ 괴로움에 한탄하며 쓴 눈물 흘려도/ 슬픈 구절들을 지우지 않"고 현재(present)를 선물로 생각하며 감사하는 게 좋겠지요.
#그림: 러시아 사실주의 풍경화의 대가 
'아르힙 쿠인지' 작품 BandPhoto_2019_10_16_10_41_21.jpg

<달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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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 달밤 낚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