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 고독과 침묵의 환희를 봉헌했던 성 브루노 사제

 

1035년 쾰론의 귀족 집안에서 태어난 브루노는 10846명의 동료들과 함께 프랑스 동남부 알프스의 깊은 산중, 해발 1300m 고지의 계곡에서 은둔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들은 성 베네딕토의 규칙을 엄격히 준수하는 봉쇄 수도생활을 했는데요. “세상은 (돌고) 돌지만, 십자가는 (변함없이) 우뚝하다.”(Stat crux dum volvitur orbis)라는 의미심장한 문장을 모토로 삼습니다. 몇 해 전 위대한 침묵이라는 영화로 소개된 바 있는 카르투시오 수도회의 시작이었지요.

성인이 살던 시대는 성직을 돈으로 사고 파는 일이 성행했을 만큼 암울했습니다. 타락한 교회는 자기 정체성을 잃었고 세상 권력에 굴종하였습니다. 당시 라임스 대교구 교구장 주교마저 성직매매로 그 자리에 올랐던 인물이었으니, 어둠에 갇힌 교회의 신음이 들리는 듯 합니다. 그는 브루노에게 호의를 얻으려고 주요 직책에 임명했지만 브루노가 주창하는 성덕의 삶을 수용할 수 없었기에 이내 배척해 버립니다. 주교의 숱한 만행은 결국 탄핵으로 이어졌는데요. 탄핵 이후에 자신을 주교로 추대하려는 분위기를 피해서 은수생활에 들어서게 됩니다. 카르투시오 수도회의 엄격성은 극기를 요구했기에 수도자의 세를 불리는 데 지장을 주었습니다. 때문에 수도원이 크게 번성하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어두운 교회에 새 빛이었던 카르투시오 수도회의 영향력은 오늘 교회에서도 건재합니다.

학문적 재능도 깊었던 성인은 신학교 교수로써 학장으로써 제자 양성에 힘을 쏟았는데요. 학문의 연구가 결코 하느님의 사랑과 분리될 수 없다는 점에 기반하여 교회의 삶과 세상 삶이 사이에 균형을 잡는 성숙한 사제양성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마침내 우르바노 2세 교황과 성 후고 주교를 비롯한 훌륭한 주교를 많이 배출했습니다.

제자 우르바노 2세 교황의 요청으로 로마에 잠시 머물렀지만 이내 은둔처로 돌아가 그곳에서 생을 마쳤는데요. 은수생활만이 줄 수 있는 주님 안에서의 고독과 침묵의 환희를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답니다.

성체 앞에서 자신의 믿음을 고백한 후에 지상생활을 마감하기 원했던 성인의 소망은 1101106일 이루어지는데요. 성인의 삶을 기뻐하신 주님의 축복이라 믿어집니다. 그 무엇보다 믿음을 귀히 여겼던 참 지혜자 성 브루노를 기리는 10월이라 하늘도 저리 높고 청명한 것이라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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