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참례, 주님을 향한 사랑의 고백입니다.

 

제가 평일에는 아침부터 밤까지 일을 하는 직업이라 일요일 미사밖에 참여할  시간이 없는데 한 달에 두 번 산악회 모임이 있어 산에 가야 하거든요? 그때마다 성사를 보자니 너무 형식적인 것 같아 마음이 안내키고 그렇다고 성체를 모시지 않고 미사만 참례하자니 좀 그래서요. 2주에 한 번씩 성사를 보는 것 말고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사정상 미사에 참여하지 못하게 될 때에는 주님의 기도를 3단 외우면 성사를 보지 않아도 된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더라구요. 정말 그래도 되는지요?

 

우선 자매님께서 잘못 알고 계신 부분들을 지적해드립니다

1. 미사란 형식적으로 몸만 가서 앉아 있는 일이 아닙니다.

2. 성사를 또 보면 된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합니다.

3. “사정이 있어 미사에 참여하지 못하면  주님의 기도를 3단 왼다든지 하면 성사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전혀 그릇됩니다.

 

풀어 다시 설명 드립니다. “하느님께 의지하고 하느님 뜻에 따라 살아가겠다는마음과 믿음을 고백하는 시간이 미사 전례입니다때문에 세상의 어떠한 일보다 우선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리고 성사를 통해서 회개한 죄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돌아서, 다시는 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다짐이 따라야 옳습니다. 미사는 자매님의 표현처럼 의무 때문에 억지로 참석하는 자리가 아닌 까닭입니다. 계속, 또 다시, 거듭, 같은 잘못을 저지를 계획으로 주일미사를 피할 수 있는 구실을 찾는 마음 자체가 대죄입니다. 그저 성사만 보면 된다라는 생각도 크게 그릇된 발상입니다. 이미 알고 계시듯이 성사는 결코 형식적인 것이 아니라 주님께서 흘리신 보배로운 피의 희생을 통하여 누리게 된 엄청난 축복의 열쇠이기 때문입니다.

주일(主日)은 모든 축일 가운데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축일이기에 신자가 지켜야 할 의무축일입니다. 나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예수님의 부활 첫 날을 기념하는 주일이기에 말 그대로 주님의 몫으로 봉헌된 날입니다. 한 주일에서 하루를 온전히 하느님께 봉헌해 드리는 주일은 그분의 풍요로 채움 받는 가장 복된 날입니다. 교회가 시작된 신약의 첫 날을 기억하고 세상의 모든 것을 주신 하느님께 봉헌해 드리는 이 날은 예수님의 부활을 하느님과 함께 기뻐하는 날인만큼 그분 안에서 그분의 뜻을 살아갈 것을 다짐합니다. 구약시절에 제물을 불사르는 행위로 하느님께 제사를 드리고 나면 재만 남았듯이 주일에는 내 것을 전부 비워내고 완전히 하느님께 바쳐드림이 옳습니다.

하느님이 아버지이심을 믿고 예수 그리스도가 나의 주님이심을 고백하는 하느님의 자녀라면 엿새마다 찾아오는 주일이 기다려지고 설레일 것입니다. 고해성사를 피하기 위해서 잠깐 틈(?)을 내는 따위는 생각하는 일조차 불경스럽고 민망한 일입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전 삶을 통해서 내어주는 삶을 기념하는 미사에 참여함으로써 십자가에서 죽기까지 사랑하신 그 사랑을 우리가 닮아야 하니까요. 이 사랑만이 혼탁한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희망이요 힘이니까요. 따라서 미사에 참여한다는 것은 다만 주일에 성당에 가서 미사 전례에 수동적으로 구경하듯 지켜보는 것이 아닙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위해 희생되신 표지인 포도주를 먹고 마심으로써 이웃을 향한 구체적인 사랑의 삶을 실천할 것을 다짐하는 거룩한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은 주일은 미래를 기다리는 날이고, 현재에 주목하는 날이며, 과거를 기억하는 날이다라는 사랑스러운 표현으로 우리에게 아버지를 뵈옵는 기쁨을 전하셨습니다.

미사참례는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것, 가장 귀한 것, 그럼에도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주님을 향한 사랑의 고백을 드리는 일입니다. 가장 귀하고 아름답고 찬란한 신앙고백의 행위인 것입니다.

때문에 지금, 자매님의 속마음이 한 달에 두 번, 산행이 없는 날에는 미사에 간다는 수순으로 정해진 점이 어이없습니다. ‘한 달에 두 번 산행을 하지 않으면 건강을 잃을 것이다라는 집착이 전부를 그분께 의탁하지 못하도록 하여 삶을 산란하게 하고 있는 것을 느낍니다. 이야말로 하느님보다 건강이라는 맘몬을 더 섬기고 사랑하는 우상숭배임을 밝혀드립니다.

 

하느님께서는 참으로 자매님을 사랑하십니다. 자매님의 찬미와 감사를 기뻐하십니다. 어렵사리 신앙을 되찾게 해 주신 분은, 바로 주님이십니다. 그동안 자매님을 다시 찾으려 애태우셨던 주님의 사랑을 기억해 주십시오. 이제부터는 온 것을 그분께 맡겨드리는 믿음의 배짱을 키워주십시오. 주님께서는 세상에서 좋은 것, 달콤한 것, 꼭 필요한 그것을 치워낸 그 빈자리에 더 좋은 당신의 것으로 채워주기 원하십니다. 그러기에 그 무엇보다 먼저 하느님을 택하고 그분의 말씀에 우선하여 살아주기를 바라십니다.

집안을 책임진 가장으로써의 무게 탓에 건강한 몸을 유지해야 한다는 자매님의 생각은 귀하십니다. 그런데 왜, 굳이 그 산악회 모임만 고집하시는지요? 미사를 걸러야만 가능한 모임에서 산행해야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요? 주일새벽미사에 참례한 후에  근교의 산을 찾는 것만으로도 건강을 위한 운동은 충분할 듯하니 말입니다.

우리의 전부를 알고 또 해결해 주실 그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 믿음을 고백하는 행위로, 참 좋고 정말 아까운 것을 봉헌하는 마음으로, 가장 귀한 것을 희생하는 마음으로 주일 산행을 기꺼이 포기하기 바랍니다. 지혜로운 선택으로 그분께 기쁨을 선물해 주십시오!

주님은 우리의 건강보다 훨씬 귀하십니다. 오직 그분을 뵙는 설렘으로 매 주일미사에 참례함으로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는 치유의 은사까지 누리는 축복의 주인공이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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