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복음묵상
제1독서에서 모세가 주님의 모든 말씀과 법규를 일러 주자 온 백성은 한 목소리로 주님의 말씀을 실천하겠다고 답합니다. 그들은 주님의 말씀을 기록하고, 기념 기둥을 세운 뒤 피까지 뿌리며 주님과 맺은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들은 곧 주님의 말씀을 어길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비유를 들어 군중에게 하늘 나라를 설명하십니다. 그런데 그 비유 말씀을 듣다 보면 조금 어색합니다. 예수님께서 하늘 나라를 좋은 씨를 뿌리는 사람에 비유하시는데, 사실 비유 안에서 하늘 나라는 씨를 뿌리는 사람이 아니라, 밀을 거두어서 모아 놓는 곳간과 연결되는 듯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예수님께서는 하늘 나라를 왜 좋은 씨를 뿌리는 사람에 비유하셨을까요? 그것은 좋은 씨를 뿌리는 당신 자신이 바로 하늘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마태오 복음에서 하늘 나라는 하느님께서 계시는 장소를 의미한다기보다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통치하시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하느님께서 통치하시는 곳이면 어디나 하늘 나라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전 존재가 하느님에 의하여 통치되고 있음을 보여 주셨습니다. 당신이 행하신 기적들을 통하여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통치하고 계심을 드러내셨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예수님께서는 그 자체로 하늘 나라라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니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말은 예수님 당신이 우리 안에 오신 것을 뜻하고(마태 4,7 참조), 하늘 나라가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말은 당신 자신이 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말이며(마태 11,12 참조), 하늘 나라가 이 땅에 도래한다는 것은 종말 때 당신께서 다시 오신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겠습니다. (염철호 요한 신부)